3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손 전 정책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서보민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며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지난 10월 공수처가 손 전 정책관에 대해 청구한 1차 구속영장을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해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며 기각한 데 이어 또다시 구속의 필요성이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공수처는 2차 구속영장 청구서에 손 전 정책관에게 고발장을 전해준 인물로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함께 근무하던 성상욱·임홍석 검사를 특정하는 등 '조직적 관여' 의혹을 더욱 구체화했다. 심사 때는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통화기록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수집 행위의 위법성에 대해서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1차 구속영장 기각 후 손 전 정책관을 두 차례 소환조사하고 대검찰청 감찰부와 수사정보담당관실(옛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보강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또다시 구속에 실패해 수사 전반에 관한 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발사주 의혹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검찰이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야당에 범여권 인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것이 골자다. 공수처 수사 착수에 결정적 계기가 된 정황 증거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총선 후보)이 조성은(당시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씨에게 보낸 '손준성 보냄' 꼬리표가 달린 고발장 파일이다.
공수처는 윤 후보와 손 전 정책관 등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를 적용해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여전히 손 전 정책관이 누구에게 고발장 작성을 지시했고 누가 작성했는지 등을 명확하게 밝혀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가 지시나 승인 또는 묵인 등의 방법으로 관여했을 것이라는 의혹에 관한 수사도 진척이 없는 모습이다. 1차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성명불상의 상급 검찰 간부'와 공모했다는 취지의 언급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관련 내용이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윤 후보가 입건된 나머지 사건 수사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판사사찰 문건 의혹' 사건의 경우 윤 후보와 함께 입건된 손 전 정책관의 소환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도 윤 후보 측으로부터 서면진술서를 받아 검토 중이다.
다만 윤 후보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에 야당 후보로 나섰다는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 확실한 단서 확보없이 소환할 경우 정치적 공세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특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수처가 고발사주 의혹 수사에서 윤 전 총장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자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사건을 공수처에 재고발했다. 윤 후보를 수사해야 한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