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진 기자 = #20대 여성 A씨는 파견업체를 통해 2019년 12월 입사한 회사에서 성희롱을 당했다. 워크숍 회식 자리에서 인사부장이 신체를 접촉하고 "원래 룸살롱 직원 뽑으려고 했는데 너희들이 예뻐서 뽑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들도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했다. 이 같은 사실을 대표이사에게 신고하자 돌아온 것은 해고 통보였다. 파견업체는 A씨와 동료를 해고했다.
A씨는 동료와 노동청에 직장 내 성희롱을 진정했고, 가해자를 강제추행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노동청은 2020년 4월 직장 내 성희롱을 인정했지만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받은 사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그해 9월 강제추행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가해자인 인사부장은 11월 A씨를 무고로 고소하고 변호사에 대한 선임료와 위자료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성희롱 등 직장 내 갑질을 신고한 피해자들에게 무고나 손해배상 역고소를 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정부가 보복갑질에 대해 적극적으로 처벌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는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받을 경우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징역형에 처할 수 있지만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다.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9월7~14일 '갑질지수 및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진행한 결과 21.4%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올해 1~10월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이메일 제보 중 신원이 확인된 1001건 가운데 회사나 노동청에 신고해 불이익을 당한 경우는 34.6%로 집계됐다. 그러나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8월 불리한 처우로 신고된 4301건 중 검찰에 송치된 건은 15건에 그쳤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성희롱과 괴롭힘은 그 증거를 확보하기가 만만치 않아 회사나 가해자가 무고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며 "형식적으로 적법한 행위라도 실질적으로는 권리 행사를 가장한 불리한 처우라면 적극적으로 불리한 처우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가해자에게 소송 협박을 받은 피해자들이 겁을 먹고 신고를 포기하거나 취하하게 되지만 실제 고소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고, 이어지더라도 무고죄가 성립하기 매우 어렵고 손해배상이 인정되기 쉽지 않다고 당부했다.
실제 A씨에 대한 인사부장의 무고죄 고소 건과 관련해 검찰은 2020년 12월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현재까지 수사결과 피의자가 허위 사실로 고소인을 무고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법원은 같은해 11월 손해배상 소송을 기각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