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뉴스1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주한프랑스대사관 벽에 '무슬림을 무시하지 마라'는 협박전단을 붙였다가 재판에 넘겨진 외국인 2명에게 벌금형의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2명에 각 벌금 3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러시아 국적 A씨와 키르기스스탄 국적 B씨는 2020년 11월1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주한 프랑스 대사관 외벽과 바로 앞에 있는 오피스텔 건물에 '무슬림을 모욕하지 마라' '우리에게 칼을 들이대는 자, 그 칼에 죽임을 당하리라'는 내용의 영어와 한글이 적힌 전단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얼굴사진에 엑스(X) 표시가 된 전단을 여러 장 붙인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는 한 중학교 교사가 수업에서 무함마드를 풍자하는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보여줘 무슬림 소년에게 참수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비슷한 시기 프랑스 니스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흉기로 70대 여성을 살해한 사건도 발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참수 사건 발생 등을 이유로 일부 이슬람 사원을 폐쇄하고 무슬림에 대한 강경발언을 이어갔다.


A씨 등은 마크롱 대통령과 프랑스인들이 무슬림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화가 나 전단지를 붙이는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피고인들은 프랑스에서 발생한 참수사건으로 전 세계가 두려움에 떨고 있을때 범행을 저질렀고, 이로 인해 대사관 관계자들이 상당한 두려움을 느꼈다"며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무슬림인 피고인들이 프랑스 대통령 행보에 항의 의미를 전달하려한 뜻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들이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죄의 뜻을 표하고 있고 우리나라에 거주하면서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며 협박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다만 주한프랑스대사를 협박했다는 외국사절협박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이 대사를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협박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2심도 1심과 같이 협박 혐의는 유죄, 외국사절협박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실제 벽에 붙어있던 전단을 본 대사관 관계자들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되고, 수사기관에서 피고인들의 윗선이나 공범의 존재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6개월간 통화 내역을 분석했으나 혐의점을 찾지 못한 점 등을 종합하면 1심의 형은 너무 무겁다고 보인다"면서 A씨 등에게 각 벌금 3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검사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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