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내년 2월 청소년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 방침을 두고 학생과 학부모, 교육계 반발이 거센 가운데 정부는 '미접종자 보호'를 명분으로 밀어붙일 태세다.
결국 방역패스를 받으려면 백신을 맞아야 하는데,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당사자에 자율 선택을 권했던 정부가 충분한 소통 없이 접종을 강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는 엇갈리지만, "확진자가 많이 나오니 접종받으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정부의 소통 부재를 지적했다.
◇정부 "청소년 방역패스 연기 안해…학교 단위 방문 접종 시행"
정부는 내년 2월 1일부터 만 12~18세 청소년에게도 식당·카페·학원·도서관·독서실 등을 드나들 때 방역패스를 적용하기로 했다. 유행 억제를 위해 방역패스 예외 범위를 현재 18세 이하에서 11세 이하로 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은 안전한 환경 조성이 아니라 학습권을 빼앗고 접종을 강요하는 취지라며 반발하고 있다. 규제 자체가 부담스럽단 입장이다.
이에 정부는 학습권 박탈이 아니라 "감염 위험에서 보호하는 가치가 더 크다"며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시행 시점을 내년 2월에서 연기할 뜻도 없다고도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6일 오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해외 사례를 분석해보니 청소년한테 백신을 접종시키는 게 그나마 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른 나라들도 다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청소년의 코로나19 감염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접종 효과가 확연히 드러나 이같이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학습권보다 코로나19 감염 보호 측면이 더 크다. 감염 위험도와 집단감염 위험이 커지는 추이를 봤을 때, 접종 효과와 편익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12~15세 접종률이 13%, 16~17세 접종률은 64%인 가운데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은 12~15세 10.2명, 16~17세 4.9명(11월 4주차)으로 2배가 차이 난다며 이를 '예방접종 효과'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시간이 없거나 병원에 가기 번거로워 접종하지 못할 청소년들을 고려해 이달 중 예정된 각 학교 기말고사 이후 방문 접종 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기말고사를 치른 후 어느 의료기관에서라도 접종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6일 0시 기준 만 12~17세의 소아청소년 276만8836명 중 133만7880명이 1차 접종을 마쳐 1차 접종률은 48.3%이다. 2차 접종까지 마친 16~17세는 58만8673명, 12~15세는 27만6267명으로 예방접종 완료율이 총 31.2%에 불과하다.
◇두 달 만에 자율접종에서 강권으로 바뀐 정부…전문가들 "설득 부족"
당초 정부는 청소년 백신 접종에 개개인 선택에 맡기는 '자율 접종'을 추구해왔다. 접종 이득이 감염 위험보다 크지 않아 접종 당사자에 선택권을 준다는 의미였다.
특히 최은화 예방접종 전문위원회 위원장(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지난 9월 27일 소아청소년 접종 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접종 권고는 강제가 아니다. 선택할 기회를 제공한다. 어떤 결정이든 그 결정은 존중돼야 하고, 결정에 따른 낙인이나 차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이행 이후 접종률이 높지 않은 청소년들과 접종한 지 오래돼 면역 효과가 떨어진 60세 이상 고령층을 중심으로 유행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두 달 만에 강권 수준으로 백신 접종을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상황이 좋지 않으니 접종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방역패스 추진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학생과 학부모의 이상 반응, 부작용 우려가 가라앉지 않은 반면에 방역패스의 설명은 불명확했다고 입을 모았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접종받거나, 감염돼 면역을 형성할 방법 중 골라야 한다"며 "접종의 편익은 상대적이라 바뀔 수 있다. 미접종자 위주 감염과 위중증·사망을 염려해야 할 위드 코로나 시기, 접종을 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 교수는 "방역패스로 미접종자를 보호할 수 있어도 유행감소를 기대하기 어렵다. 12~15세 접종률은 최대한 올려도 50% 남짓"이라며 "기피하는 이유가 부작용·이상반응 우려 아닌가. 어린 초등학생에 접종 용량과 횟수에 선택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내년 2월까지 검토해야 할 사항이다. 청소년 감염 보호 취지라면 지금부터 고위험 비필수 시설에 적용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며 "(필수 활동을 하는) 학교, 학원과 도서관 적용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방역패스 역시 선택지 중 하나라며 책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방역패스는 미접종자 보호 전략이다. 최소한 음성확인서라도 내야 한다. 접종 의무화라면 치료비 자부담이나 벌금, 외출 금지 정도일 것이다. 청소년 접종은 필요하고 효과와 안전성도 증명됐다"고 강조했다.
충분한 소통 없이 "상황이 안 좋으니 맞으라"는 권유는 강요로 비칠 수 있다. 따라서 독립적으로 백신 안전성을 연구하는 코로나19 백신 안전성위원회에 정부가 도움을 얻어 청소년 접종에 대한 국민 우려를 달랠 필요성도 제기된다.
엄중식 가천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예방접종의 심각한 위험은 교통사고 확률이나 돌연사보다 적다"며 "안전하다는 의미가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 부모들에게 영향력 있는 사람이 접종을 설명하고, 독려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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