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한 재계의 반발이 거세다. /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재계가 연일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립적·투쟁적인 한국의 노사관계 특성상 이사회가 투쟁의 장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고 기업의 경영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민주당 등 여야 4당은 전날 국회 본청 의사과에 12월 임시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했다. 임시국회 기간은 오는 13일부터 내년 1월10일까지 30일간이다.

민주당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이재명 당 대선 후보가 요구한 민생법안 처리에 집중할 방침이다. 앞서 이 후보가 당에 처리를 요청한 37개 중점 입법에는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법과 노조 전임자 타임오프제법,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및 이용자보호법, 개발이익환수3법, 하도급법 등이 담겨있다.


이 가운데 재계가 주목하는 것은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법이다. 해당 법안이 도입되면 기업의 경영에 중차대한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어서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기업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참여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경영진의 독단을 견제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높일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독일을 비롯한 유럽 19개 국가에서 이미 해당 법안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는 노동이사제가 한국의 현실엔 적합하지 않는 법안이라고 말한다.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석할 경우 주주의 권익과 충돌하는 의견을 개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대립적·투쟁적인 노·사관계로 인해 구조조정을 비롯한 민감한 경영현안에 노동자 대표의 반대로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경영권이 침해될 우려도 크다.

노동이사제를 시행 중인 해외 국가의 경우 국내와는 시행 형태가 다르다. 독일의 경우 경영이사회와 감독이사회가 분리돼있고 노동자 대표는 감독이사회에만 참석해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재계는 노동이사제의 국내 도입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 추광호 경제정책실장은 “노동자와 같은 특정 계층의 입장을 대변하는 노동이사제는 처음 도입한 독일에서도 비판이 많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립적 노사관계를 고려해 볼 때 이사회가 투쟁의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간 기업으로의 도입 압력으로 이어질 경우 이사회의 적극적인 투자 결정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저해하는 등 많은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부작용 우려가 큰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한 논의보다는 경제 위기 극복에 다 같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재계 5개 단체도 지난 8일 공동입장문을 내고 “국회 기재위는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결 추진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