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강원FC의 이정협이 승강 플레이오프(PO) 끝에 잔류에 성공한 2021시즌을 돌아보며 "힘들었지만 마지막에 웃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정규리그를 11위로 마쳤던 강원은 지난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의 K리그 승강PO 2차전에서 4-1로 승리했다. 지난 8일 1차전에서 0-1로 패한 강원은 1승1패를 기록했지만, 1·2차전 합계 4-2로 앞서 극적으로 잔류했다.
길고 다사다난했던 시즌을 마친 이정협은 뉴스1과 가진 인터뷰에서 "축구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 년이었다"는 말로 2021년을 갈무리했다.
2013년 부산 아이파크에서 데뷔, 벌써 프로 무대에서 9번째 시즌을 보내는 그는 올해를 역대 가장 힘든 시즌으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이유가 있다. 그는 이번 시즌 시작과 함께 부산에서 경남으로 이적했다. 이어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다시 강원으로 이적, 일 년 동안 3번이나 팀을 옮겼다. 또한 마지막엔 승강 PO까지 치르며 지옥의 문턱까지 다녀왔다.
그는 "이번 시즌 시작과 함께 부산에서 경남으로 이적했는데 부상과 컨디션 난조가 겹쳐 자신감이 크게 떨어졌다. 강원으로 이적한 뒤에도 유독 이런저런 일이 많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여러 가지 사건들로 많이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잠시 숨을 고른 그는 이어 "그러다 강등 걱정까지 하게 됐다. 작년에 부산에서 강등을 당했기 때문에 새로 옮긴 팀에서 또 강등 당하고 싶진 않았다. 내가 팀에 좋은 영향을 줘야 하는데 나 때문에 강등 위기에 몰린 것 같아서, 심적으로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의 말대로 이번 시즌엔 그와 그의 소속 팀이 모두 좀처럼 빛을 내지 못했다. 결국 그는 강원에서 축구 인생 '4번째' 승강 PO를 치러야했다.
그는 "승강 PO는 말 그대로 정말 피 말린다. 하루가 한 달 같다. 더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라며 혀를 내두른 뒤 "특히 이번엔 1차전을 지고 2차전을 준비해야 했기에 부담이 더 컸다. 티는 안 냈지만 '강등되면 어떡하지' 라는 불안함도 솔직히 있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그의 2021년 마지막 순간은 '해피엔딩'이었다.
강원은 1차전 패배의 불리함을 딛고 2차전서 완승을 거두며 K리그1에 살아남았다. 이정협 역시 선발 출전해 89분을 소화, 최전방서 위협적 움직임을 여러 차례 보이며 팀 승리에 공헌했다.
그는 2차전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승부욕에 불탔었다.
그는 "1차전 패배 후 유튜브에서 우연히 대전의 공식 영상을 보게 됐다. 그런데 대전 분위기가 마치 이미 승격을 한 것 같더라. 2차전 경기 전 준비를 할 때도 대전 선수들은 하나같이 분위기가 밝았다. 이미 승리한 듯한 표정이었다. 물론 1차전에서 이겼으니 그럴 수 있었겠지만 상대 팀 선수로서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고 회상했다.
최용수 강원 감독은 잔류를 확정한 뒤 인터뷰에서 "2차전도 압도하겠다던 마사의 인터뷰는 실수라고 본다"며 대전의 1차전 승리 후 반응이 강원에 큰 자극이 됐다고 밝혔던 바 있다. 이정협 역시 비슷한 감정을 갖고 있었다.
그런 승부욕 덕분이었을까. 강원은 2차전서 완전히 다른 팀이 돼 완승을 거두며 모든 것을 뒤바꿨다.
잔류를 확정한 순간 이정협은 그라운드에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고 끝내 눈물을 흘렸다. 그는 그 눈물의 의미에 대해 "나와 동료들 모두 올해 정말 힘들었는데, 그 시간들이 생각났다. 강원 구단과 동료들에게 미안했다"고 설명했다.
승강 PO 2차전의 대역전승은 이정협 뿐아니라, 강원 선수들 모두와 팀 분위기를 완전히 뒤바꾼 큰 사건이었다.
이정협은 "경기 후 라커룸에서 선수들끼리 '2차전이 힘들 것이라 여겼던 내 자신이 부끄럽다.' '하나로 뭉치면 우린 훨씬 강해진다.' '이 마음을 내년에도 계속 이어가자'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고, 서로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정말 원 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극적인 마지막 경기를 마친 이정협은 힘든 시간을 보냈음에도 마지막에 웃을 수 있었다는 데 큰 의미를 뒀다. '해피 엔딩'이라고 봐도 되겠느냐는 질문에도 "충분히, 충분히 해피엔딩"이라고 답했다.
그는 "마지막 순간 웃으면서 참 많은 것을 느꼈다"면서 "힘든 시간 뒤에 얻은 웃음이기에 그 힘이 더 큰 것 같다. 공격수로서 팀에 더 도움이 되고 팀이 힘든 시간을 겪지 않도록 앞에서 더 이끌어야겠다는 깊은 깨달음도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에는 올해처럼 힘든 일 없이, 마지막처럼 웃을 일만 많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 달라질 이정협과 강원을 기대해도 좋다"면서 다부진 목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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