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제약사들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연간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하는 곳도 많다. 신약 R&D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해외시장에 진출하겠다는 포석이다./사진=셀트리온
◆기사 게재 순서
① "고지가 보인다"… K-제약·바이오, 미국·유럽 진출 러시
② R&D 투자 확 늘렸다… 신약개발 ‘박차’
③ 제약바이오 ‘IPO 열풍’, 200호 상장사 나오나

주요 제약사들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연간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하는 곳도 많다. 신약 R&D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해외시장에 진출하겠다는 포석에서다.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개발업체와 손을 잡는 등 신약개발은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또 대규모 시설투자로 생산규모를 확대하는 제약·바이오 업계의 적극적인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매출 대비 R&D 투자비용 확대… 셀트리온은 22.97%

관련 주요기업 중 가장 많은 연구개발 비용을 투입한 곳은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의 올 3분기 누적 R&D 투자 비용은 3284억원으로 매출액(약 1조2897억원) 대비 22.97%나 된다.

이 비용을 앞세워 셀트리온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스텔라라의 바이오시밀러(CT-P43)를 비롯해 직결장암 및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아바스틴의 바이오시밀러(CT-P16), 습성 황반변성 및 당뇨병성 황반부종 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CT-P42), 알레르기성 천식 및 만성 두드러기 치료제 졸레어의 바이오시밀러(CT-P39),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의 바이오시밀러(CT-P41)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12월6일 로슈의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 ‘악템라’(성분명 토실리주맙)의 바이오시밀러 ‘CT-P47’이 국내 임상 1상을 승인받는 등 성과도 거뒀다.

유한양행도 올해 R&D에만 1247억원을 썼다. 유한양행은 올해 자체 개발한 표적항암제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순조롭게 시장에 진출하면서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에는 국내 제약사로는 처음으로 매출 2조원 시대를 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7월 출시된 렉라자는 첫 연간 매출액이 70억원대로 예상되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성장세가 기대된다.

유한양행은 지난해까지 총 3957억원을 오픈 이노베이션에 투자했다. 이를 통해 국내외 벤처기업, 대학, 연구소로부터 신약 파이프라인을 도입하거나 공동 연구를 해왔다.

올 3분기까지 4174억원의 매출을 올린 일동제약은 연구개발비로 796억원을 집행하면서 매출액 대비 R&D 비율을 19.1%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3분기까지 R&D 비중이 11.5%에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하다. 

일동제약은 암과 당뇨병,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노인성 황반변성, 녹내장, 파킨슨병 등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가장 빠른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은 2형 당뇨병 치료제 후보 물질 ‘IDG16177’로 지난 6월 독일에서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대웅제약과 부광약품, 동아에스티, 신풍제약 등도 매출액 대비 R&D 비중을 15% 전후까지 확대하면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에스티팜이 경기도 안산 반월공장 터에 제2올리고동(제2올리고핵산치료제 원료 공장) 신축 및 생산설비 증설을 추진한다./사진=에스티팜

대규모 시설투자… ‘규모의 경제’ 노린다

생산 시설 자체에 대한 투자 확대도 이어지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매출을 늘려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에서다. 이 과정에서 거둔 수익이 다시 시설이나 R&D에 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할 수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 자회사 에스티팜은 경기도 안산 반월공장 터에 제2올리고동(제2올리고핵산치료제 원료 공장) 신축 및 생산설비 증설을 추진한다. 올리고 핵산 치료제 시장 선점을 위해서다. 이를 위해 2024년 3분기까지 1차 800억원, 2025년 말까지 2차 700억원 등 총 15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2024년 이후 다수의 만성질환 올리고 핵산 치료제 신약 파이프라인 상업화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에스디팜은 2030년까지 올리고 위탁개발생산(CDMO) 매출 1조원 달성과 세계 5위권 mRNA 및 차세대 RNA 유전자치료제 CDMO기업 도약 목표를 구체화한다.

HK이노엔은 연구개발 강화를 위해 판교 제2테크노밸리 내 신규 연구시설 건설에 960억원을 투자한다. 1984년 설립된 이천 연구소의 노후화가 진행된 데다 R&D 파이프라인 확대로 설비·연구인력 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판교 연구소는 2024년 3월 완공 목표다. 휴온스와 삼진제약, 프레스티지바이로직스도 공장 증축에 나섰다.

제약업계에서 대형 시설 투자가 잇따르는 것은 결국 투자가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생산시설 투자로 생산성이 향상되면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생산 비용이 감소해 수익성이 높아진다는 것. 이렇게 늘어난 수익은 다시 신약 개발 등 기업 성장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수익으로 신약 개발 등을 더욱 활발히 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는 곳이 많다. 확보한 경쟁력 우위를 바탕으로 해외시장 개척도 더 쉬워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해 전년 동기대비 30% 이상 고용을 늘렸다./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코로나 사태 속 고용 확대… 생산·R&D 인력 증가

제약바이오 업계의 투자는 고용으로 이어진다. 코로나19 여파로 주요 산업군에서 고용 창출이 감소한 반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일자리는 늘어났다. 특히 코로나19 백신·치료제를 위탁 생산한 기업들의 인력 증가폭이 컸다. 업계 전반의 신약 개발 확대로 연구인력도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생산을 맡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력 증가폭이 가장 컸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직원 수는 올 9월 기준 전년 동기보다 2배 이상(109.3%) 증가한 1147명을 기록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 백신 위탁 생산으로 인력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전년 동기보다 29.9% 늘어난 3745명이다. 미국 모더나 백신을 비롯해 릴리·GSK 등의 코로나19 치료제 생산을 잇달아 맡으며 신규 수주가 늘어난 덕분이다. 4공장 증설에 따른 일부 인원 채용도 고용인원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다음으로 GC녹십자가 6.1% 증가한 2232명으로 증가폭이 컸다. 전년 동기보다 R&D 비용을 18% 늘린 종근당도 직원이 5.9% 증가했다. 종근당은 코로나19 치료제, 샤르코마리투스 치료제, 항암이중항체 등에 대한 R&D 비용으로 올 들어 9월까지 11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어 제일약품(5.2%), 동아에스티(4.5%), 광동제약(3.7%), 유한양행(2.5%), 대웅제약(2.5%), 일동제약(0.9%), 셀트리온(0.1%) 순으로 인원이 증가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황과 고용불안 속에서도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역대 최대 규모의 수출 성과를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특히 국내외 의약품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생산인력과 신약 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연구인력 등 다방면에서 고용 창출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