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11월까지 한국의 대중국 흑연 수입액은 8988만3000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수입액 대비 중국산 비중은 88.1%에 달했다.
흑연은 전기차 배터리 음극재의 핵심 소재로 배터리 수명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음극재는 리튬이온전지 재료비에서의 비중이 약 15%를 차지한다. 한국은 2008년 전지용 흑연 수입의 90%를 일본에 의지했지만 중국이 배터리용 흑연 생산에 뛰어들며 중국산 수입 비중을 크게 늘렸다. 중국은 전 세계 흑연 생산의 60~70%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흑연 수요가 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이 내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위해 탄소를 내뿜는 공장 가동을 줄이며 흑연 공급이 더 타이트해졌다. 내년에는 흑연 수요가 공급을 2만톤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흑연 2만톤은 전기차 25만대 생산이 가능한 양이다.
가격도 증가했다. 배터리 정보업체인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국 내수시장에서 음극재 등급의 흑연 플레이크 가격은 톤당 4500위안(약 83만원)으로 올 초 대비 40%가까이 증가했다. 2018년 이후 사상 최고치이기도 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당장 영향은 없지만 장기화를 대비해 대체 수입국을 모색하고 있다"며 "중국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흑연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배터리업계는 흑연에 실리콘을 일부 배합해 음극재를 만들고 있다. 실리콘은 흑연보다 10배 높은 에너지 밀도에 충·방전 속도가 빠르다. 주행거리도 그만큼 늘어나 최근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실리콘 음극재 시장점유율은 중국 BTR이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은 초기 단계다.
지난해 기준 음극재 제품별 비중은 인조흑연이 76%, 천연흑연 19%, 실리콘 음극재 1.2%였다. 2027년에는 실리콘 음극재가 77% 성장해 10%대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리튬이온을 흡수한 음극재는 부피가 부풀어 오른다. 열에 취약한 실리콘은 흑연의 4~5배나 커진다. 이 때문에 완전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배터리업계는 실리콘 표면에 탄소나노튜브 등을 코팅해 나노튜브가 실리콘의 부피 팽창을 완화하는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GM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에서 양산하는 배터리에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는 젠5를 비롯해 자사 배터리에 최대 7% 수준의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하고 있다. 향후 실리콘 함량을 두 자릿수로 높인다는 목표다. SK온은 '구반반 배터리'에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해 내년 상반기에 출시될 미국 포드의 F-150 라이트닝 전기차 모델에 탑재할 계획이다. 구반반 배터리는 니켈 비율을 90%까지 높이고 코발트 5%, 망간 5%를 적용한 배터리다.
인조흑연에서는 포스코케미칼이 앞서간다. 인조흑연은 석탄·석유 부산물을 2500도 이상 열처리해 만들어진다. 천연흑연보다 결정구조가 안정적이어서 리튬이온 충·방전이 반복돼도 결정구조 변화가 작다. 배터리 수명도 덩달아 증가할 수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포항에 연 8000톤 규모의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공장을 준공한데 이어 중국 인조흑연 음극재 회사 시누오사의 지분 15%를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