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의 지속적인 성추행과 2차 가해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이예람 중사의 생전 메모가 17일 공개됐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 행사장 앞에서 대통령 면담요청 등을 요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상관의 지속적인 성추행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 이예람 공군 중사가 생전에 남긴 메모가 공개됐다.
지난 17일 국방부는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이 중사에 대한 성추행 가해자 장모 중사에 대한 선고 공판을 통해 고 이예람 공군 중사가 생전 남긴 메모를 공개했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 말미에 장 중사에 대한 양형 이유를 고지하며 "피해자(이 중사)는 이 사건 이후 정신과 치료·상담을 지속적으로 받는 등 상당한 정신적 고통 끝에 결국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피해자는 군 생활 등 자신의 앞날에 대해서만 걱정했을 뿐 피해 회복을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이 중사가 남긴 메모 가운데 일부를 소개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 중사는 메모에서 "그 사람(장 중사) 얼굴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힘들고 몇 번이고 그날 일을 떠올려야 하는 부담감과 심적 고통을 이루 말할 수 없다. 내가 여군이 아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며 "난 왜 여군이어서 이런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지 뼛속부터 분노가 치민다"고 밝혔다.

이 중사는 특히 "모든 질타와 비난은 가해자(장 중사) 몫인데 내가 왜 처절하게 느끼고 있는지"라면서 "(성추행 사건이) 공론화되고 나서 느껴질 사람들의 시선과 비난 어린 말들을 들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적었다. 이어 "난 아직 고통 받고 있다"며 "그러나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그 사람(장 중사)이 단독적으로 행동한 명백한 범죄행위는 가감 없이 처벌 받길 희망한다"고 했다.

이날 공군 고이예람 중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장모 중사에게 군사법원이 군검찰의 구형량보다 형량이 낮은 징역 9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