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강화 '시청 소감' 게시판에는 지난 21일 "유현미 작가님 보시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경희대 국문학과 97학번이라는 글쓴이 A씨는 설강화의 극 중 설정을 맹비난했다. 그는 "등장인물 소개부터 뿜었다. 대쪽같은 안기부 요원이라, 설마 개X팔린 안기부 요원을 잘못 쓴 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지김 사건'을 언급하며 "말 그대로 '없는 간첩도 만들어내던' 안기부 대북공작 전담의 해외부서 소속으로 대쪽같은 성품의 안기부 요원이 있었다니 그 당시 안기부는 자기 말을 안 들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가서 파묻어 버리던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수지김 사건은 지난 1987년 1월 홍콩에서 살해된 한국 여성 수지김을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의 전신·안기부) 해외파트가 북한 공작원으로 조작한 사건이다.
또 A씨는 설강화의 시대배경이 된 지난 1987년의 1년 전에는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이 있었다고 밝혔다.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은 지난 1986년 6월 당시 부천경찰서 경장이던 문귀동이 서울대 의류학과 4학년이었던 권인숙씨(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성추행한 사건이다.
그는 "그 당시 수사관들은 데모하다 잡힌 여대생들에 대한 성고문과 강간을 당연하게 저질렀고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죽어나가는 남녀 대학생들이 부지기수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씨는 "본인 입으로 다른 학생들 데모할 때 나는 공부를 했다는 유현미 작가님, 잘 들으시죠"라며 "그 당시 학생들은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보려고 자기 공부를 포기하며 앞에 나가서 싸웠다.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싸워본 사람들"이라고 적었다.
이어 "본인과는 다른 삶을 살았던 이들을 폄훼하는 드라마 극본으로 과거의 역사를 '바꾸려고' 시도하는 것은 글쟁이로서 할 일이 아니다. 혀는 굽혀지는 물건이지만 펜은 굽혀지는 물건이 아니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A씨는 "자주경희 청년문리 민족국문 열혈 97학번 후배가 씁니다"라고 덧붙였다.
'설강화'는 지난 18일 첫 방송됐지만 방송 이후 바로 '방영 중지'를 요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오는 등 시청자들의 거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JTBC 주말드라마 '설강화'의 방영을 중단하라는 청원글의 동의 수가 22일 오후 4시 기준 33만명을 돌파했다.
청원인은 "한국은 엄연한 민주주의 국가다. 노력 없이 이뤄진 것이 아닌 결백한 다수의 고통과 희생을 통해 쟁취한 것"이라며 "민주화 운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드라마의 방영은 당연히 중지돼야 한다. 한국 문화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는 현시점에서 방송계 역시 역사 왜곡의 심각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글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