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주민자치회 위원이 되려면 사전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공무담임권과 평등권을 침해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나왔다.
25일 사단법인 한국주민자치중앙회에 따르면, 채진원 한국주민자치중앙회 학술부회장과 이동호 변호사는 '양천구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와 '관악구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오는 30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다.
청구인들은 조례에서 '주민자치회 위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6시간 이상 사전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부분이 공무담임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있다. 양천구와 관악구는 청구인들의 거주지로, 헌법소원 결과에 따라 다른 지역들의 주민자치회 운영에도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주민자치회는 2013년부터 시행 중인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 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읍·면·동 주민으로 구성된다. 지역 내 주민화합과 발전을 위한 사항, 지방자치단체가 위임·위탁하는 사무 등을 수행한다.
올해 8월 기준 전국 820개 지자체에서 주민자치회를 운영 중인데, 사전 6시간 이상의 교육을 요구한 100곳을 포함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사전 교육을 주민자치회 위원 자격조건으로 하고 있다. 교육 의무를 명시하지 않거나 사후 조건으로 정한 곳은 17곳에 불과하다.
특별법은 '주민자치회 위원은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자체 장이 위촉한다'고 규정했고, 행정안전부는 지자체 조례 제·개정에 도움을 주고자 표준조례안을 만들었다. 이 표준조례안의 2018년 개정안부터 '공개모집에 신청한 사람에 대해서 주민자치교육 이수'를 자격 요건으로 추가해 대부분의 지자체가 그대로 받아들였다.
◇"국회의원·기초의원은 물론 다른 위원회도 사전 교육 없어"
청구인들은 "모든 국민은 입법부, 집행부, 사법부는 물론 지자체 등 국가, 공공단체의 구성원으로서 그 직무를 담당할 수 있는 공무담임권을 갖는데 주민자치위원 사전 의무교육은 이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자치회 위원은 추첨을 통해 선발되므로 아직 선발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사전 교육을 받아야 하고 이를 받지 않으면 신청할 수 있는지조차 불분명하다"며 "국회의원이나 기초의원은 물론 어떤 중앙행정기관·지자체 산하 위원회 위원 선정 자격으로 사전 교육 이수를 요구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청구인들은 사전 교육을 받아야 주민자치회 위원이 될 수 있다는 조례가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근거도 내세웠다. 사전 교육 조항이 있는 지자체에 거주하는 국민과 조항이 없는 지자체 거주 국민이 차별적으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청구인들은 "풀뿌리자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을 고양시키겠다는 목적으로 설치되는 주민자치회의 위원이 왜 견제와 감시의 대상인 지자체장이 실시하는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차별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전 교육 내용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멈추지 않고 있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회장은 "교육을 주민대표가 하는 게 아니라 시민단체가 하고 있는데 시민단체들이 대부분 특정 진영의 단체라고 볼 수 있다"며 "강사들이 대부분 주민자치에 대해 모르고 교육하기 때문에 결국 필요도 없는 교육을 듣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주민자치중앙회는 헌법소원과 함께 국회 차원의 주민자치법 제정도 촉구할 예정이다. 법이 만들어지면 지역마다 다른 조례를 적용 받는 현 상황이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 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은 별도의 법률을 제정해야 하지만 국회는 아직도 법을 제정하지 않은 '입법부작위' 상태다.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회는 공무원과 시민운동가들이 지도하거나 간섭하지 않고 주민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하는데 그 방해점을 해소해 풀뿌리 민주주의 일보 진전의 전환점을 만들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제도 개선 방안을 촉구하는 캠페인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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