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도시© 뉴스1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군산 토박이 김성우(가명)는 최근 전기차 기업 '명신'의 6개월짜리 계약직에 사인했다. 사실 명신에 입사하기 직전 정규직 조건의 사료 공장 면접까지 마친 참이었다. 하지만 명신이 20년 넘게 그가 몸담았던 옛 한국GM 군산 공장 자리에 들어온다는 말을 듣고 마음을 굳혔다."(282쪽)
군산 토박이 김성우(가명)씨를 비롯해 지역민 30명을 6주 동안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신간 '실직도시'에는 지방 도시에서 기업과 공장이 떠나면 지역 노동자들의 삶과 도시 경제가 얼마나 피폐해지는 지를 오롯이 보여준다.

군산은 지방 도시를 지탱하는 제조업 기반이 무너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처절한 사례다. 저자는 '몰락한 도시의 사람들은 어떻게 됐는가'라는 의문을 안고 군산으로 향했으며, 6주 간 머물며 사람들을 만났다.


김성우씨는 저자에게 "실직 후 어떻게든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는 생각뿐"이라며 "'6개월'이니 '계약직'이니 하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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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은 1990년대 들어 한국지엠(구 대우자동차) 군산공장과 현대중공업 조선소, 각종 협력업체들의 유입에 제조업 도시로 떠올랐다. 하지만 2017년 현대중공업이 군산 조선소의 가동을 중단했고, 이듬해엔 한국지엠도 군산공장의 문을 닫았다.
김성우씨는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폐업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한국지엠 공장의 폐쇄는 협력업체 포함 3000여명의 실직자를 만들었다.

저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수도권 본사와 지역 생산기지 등을 다루며 군산의 경제 질서가 확립되고 무너지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았다. 구직 급여 지급이 마감될 때까지 재취업에 실패해 치킨집 창업에 내몰리고, 어떤 이는 토박이로 머무르던 군산을 떠나기도 한다.


고현창(가명)씨는 군산을 떠난 대표적 사례다. 그는 군산에서 210킬로미터 떨어진 창원 공장을 택했다. 아이들 대학 들어갈 때까지 6, 7년만 버티기 위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실직 도시© 뉴스1

"불안은 새로운 도시에서도 계속됐다. 언젠가부터 창원 공장에서도 주말 특근이 사라졌다. 곧 2교대 근무가 1교대로 바뀔 분위기다. 공장은 비정규직부터 차례로 직원을 내보낼 것이고, 근무 시간은 줄어들 것이다. 공장이 떠나기 전 군산의 모습이 정확히 그랬다."(188쪽)
"공장이 떠난 이후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민첩함을 부러워했다. 세상에 나와 보니 정규직들이 완전히 뒤처져 있었다. 공장 안에서도 정규직이 등한시하는 힘든 일을 비정규직들이 더 많이 했으니까 능력 면에서도 낫고 생존 능력 자체가 강했다.…정규직이 머뭇거리는 동안 비정규직은 부두 노동자, 아파트 관리 사무소 직원, 시내버스 운전 노동자 등으로 재취업했다."(230쪽)

책은 한국지엠 군산공장을 인수한 전기차 업체 명신을 비롯해 작지만 지역에 뿌리 박은 기업이 위기를 교훈 삼아 자생력을 확보하려는 전환의 시도도 조명했다.

저자 방준호씨는 1986년 태어나 2013년부터 '한겨레' 기자로 일했으며 현재 '한겨레21'에 속해 있다.

◇ 실직 도시/ 방준호 지음/ 부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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