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한국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해 종합 16위에 올랐다. 떠나기 전 10위를 목표로 삼았으니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다. 금메달 개수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6개) 이후 가장 적었다.
그렇지만 누구도 실패한 올림픽이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큰 무대를 즐기는 Z세대의 등장으로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발견했으며 성적 지상주의를 탈피, 메달의 색깔이나 순위가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했다.
한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 1년 늦게 열린 도쿄 올림픽에 29종목 354명(선수 232명·임원 122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모두의 땀방울이 값지도 빛났지만 가장 큰 인상을 남긴 이들은 양궁 김제덕(17), 수영 황선우(18), 체조 여서정(19), 탁구 신유빈(17), 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18) 등 2000년대생 선수들이었다. 이른바 Z세대 선수들은 실력과 끼를 두루 갖추며 생애 첫 올림픽에서 패기 있고 당찬 플레이로 큰 사랑을 받았다. 무대가 주는 압박감이 있을 올림픽인데, 긴장하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양궁 대표팀의 막내 궁사인 김제덕은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선물했다. 고교생 궁사인 그는 안산(20)과 함께 출전한 혼성 단체전에서 "코리아 파이팅"을 외치는 등 쉴 새 없이 기합을 넣은 끝에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금빛 과녁을 맞혔다.
기세를 몰아 남자 단체전에서도 금메달 사냥에 성공한 그는 대회 2관왕에 올랐다. 비록 개인전에서는 32강 탈락으로 3관왕 달성이 무산됐으나 김제덕은 "(즐기려던) 개인전에서 패했으나 속이 뻥 뚫렸다. 한층 더 성장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김제덕의 기를 받은 양궁 대표팀은 금메달 5개를 싹쓸이 하며 세계 최강다운 기량을 뽐냈다. 안산은 혼성 단체전, 단체전, 개인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며 한국 스포츠 사상 최초로 하계 올림픽 3관왕에 등극했다.
황선우는 도쿄 올림픽을 통해 '뉴 마린보이'의 등장을 알렸다. 비록 시상대에 서지 못했으나 그는 자유형 50m·100m·200m와 단체전인 계영 800m까지 4종목에 출전해 역영을 펼쳐 큰 감동을 안겼다.
황선우는 자유형 200m에서 1분44초62로 11년 만에 한국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결승(최종 7위)에 오르더니 150m 지점까지 선두를 유지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후 100m 결승에도 진출해 5위(47초82)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는데 이는 1952년 헬싱키 대회에서 스즈키 히로시(일본)가 은메달을 딴 이후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도마 은메달리스트 여홍철 경희대 교수의 딸인 여서정은 한국 스포츠사의 한 획을 그었다. 여서정은 여자 도마 결선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기술 '여서정'(난도 6.2점)을 완벽하게 성공시키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성과로 한국 여자 기계체조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이자 최초 부녀(父女)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여서정은 "처음에는 아빠로 인해 부담이 커 힘들었지만 이제는 아빠를 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신유빈은 괄목성장하며 한국 탁구의 희망으로 떠올랐고, 서채현도 스포츠클라이밍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며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을 기대하게 했다.
Z세대만 두드러진 것이 아니었다. 높이뛰기의 우상혁(25)은 가까스로 올림픽 본선 무대에 오르더니 2m35를 넘어 이진택이 보유한 한국 기록까지 경신했다. 최종 4위에 오르며 아쉽게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으나 미소를 잃지 않는 그의 도전 정신은 큰 여운을 남겼다.
또 다이빙의 우하람(23)도 3m 스프링보드에서 4위에 오르며 5년 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11위)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한국 다이빙이 성장 중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장인화 도쿄 올림픽 선수단장은 대회를 결산하면서 "올림픽 같은 큰 무대에서 주눅 들지 않고 거침없이 활약하는 10대들을 바라보며 다음 올림픽을 기대할 수 있는 희망을 품었다"며 "젊은 선수들은 (아쉬운 결과를 떠나)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기량을 겨루며 최선을 다한 것에 만족했다. 이들의 당당한 모습이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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