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n번방 사건 관련자 강력처벌 촉구시위 및 기자회견' 2020.3.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노선웅 기자 = 경찰이 디지털 성범죄물 수요자의 신상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까지 신상공개는 제작자·유포자 등 성 범죄물 공급자에 한해 이뤄졌다.
구매자·소지자 등 수요자의 신상까지 공개하면 범죄 예방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게 상당수 전문가의 전망이다. 다만 부작용 방지 차원에서 신상공개의 법적 근거를 명확하게 하고 2차 피해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뉴스1과 통화에서 "경찰은 그동안 성 범죄물 공급 차단에 주력해 왔으나 동시에 수요까지 차단했다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라며 "성 착취물 소비가 줄어들면 공급은 당연히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상습적인 성 착취물 소지자 중심으로 신상공개를 한다면 하나의 경고 메시지가 될뿐더러 공익성에도 부합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성폭력 관련 많은 처벌법 가운데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신상공개이지 않으냐"며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하면 반발도 줄어들 것"이라고 제언했다.

경찰이 처음으로 신상을 공개한 성범죄자는 조주빈(26)이다. 미성년자 등 90여명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찍은 후 텔레그램 대화방 '박사방'에 공유해 유통한 조주빈의 신상은 지난해 3월 공개됐다.


현재까지 신상 공개된 디지털 성범죄자는 조씨를 포함해 총 8명이다.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때 피의자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25조 등에 근거한 결정이었다.

경찰은 조씨 같은 공급자 뿐 아니라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되는 성 착취물 수요자의 신상공개 여부를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청은 이를 위해 국무조정실 주재로 행안부·금융위·방통위 등과 범부처 대책회의를 하기도 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인은 물론 사회 지도층도 성 착취물을 소비한다"며 "조주빈 사건만 봐도 소지자들이 제작자들보다 더 높은 지위에 있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수요자 신상공개는 예방 측면에서도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면서도 "신상공개에 따른 2차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더 법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모든 성 착취물 소지자를 신상공개한다는 것은 아닐 텐데 관련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소아 성착취물을 소유하거나 좀 더 악질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성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신상공개만으로 범죄가 예방되는 것은 아니다'는 신중론도 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성 착취물 소유자 신상공개는 더 신중해야 한다"며 "특히 (신상공개의 근거가 되는) 성폭력처벌법 25조의 범위가 너무 모호한데 그 요건을 더 높여야 한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구체적으로 "성폭력법 25조의 적용 범위를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피해가 중대한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며 "소유자까지 막연하게 신상공개한다면 효과 자체를 떨어뜨리고 법의 실효성에서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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