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내신기자 대상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12.2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한미 간 '종전선언 문안' 조율이 끝난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호응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9일 내신기자 간담회에서 한미 간 종전선언 문안 조율에 대해 "이미 사실상 합의가 돼 있는 상태"라고 확인했다.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무대에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종전선언 추진 의사를 밝힌 후 한미 양국은 한미 외교장관 및 안보실장, 북핵수석대표 등 각급에서 소통해왔다.


미국이 '순서·시기·조건'에 대해 다른 관점을 시사하기도 했지만, 결국 종전선언 추진의 방향 등을 담은 문안 조율을 마친 것이 이번에 정 장관을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이는 북한에게 한미 간 조율된 구상안을 제의하고 북측이 이에 호응한다면 대화의 장이 마련된다는 시나리오의 최소 여건은 갖췄다는 관측이다.

다만 관건은 북한의 호응 여부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9월 최고지도자까지 나서 '이중적 태도·적대시 정책 철폐'라는 선결조건을 내건 상황에서 북측이 한미 간 조율된 문안에 관심을 보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종전선언에 대한 북한의 최근 의중은 안갯속이다. 정 장관은 이번 내신기자 간담회에서 '종전선언 추진에 있어 중국 측으로부터 북한의 최근 반응을 전달받은 게 있는가'라는 취지의 질문에는 "전달받은 것은 없다"고 답했다.

현재 우리 정부는 한미간 종전선언 문안 조율을 마치고 북한이 진행 중인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 결과만 바라보고 있다. 유화적 대외메시지가 나올 경우 종전선언 추진과 함께 대북 인도적 지원 등 남북, 북미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북한이 핵·탄도미사일 모라토리엄(시험유예) 철회를 시사하는 메시지를 내놓거나, 국제사회 대북제재에 대해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정면돌파전'을 이어갈 것임을 밝힌다면 종전선언 추진 동력 확보는 또다시 미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전선언 참고 삽화.© News1 DB

일각에서는 한미간 조율을 끝낸 종전선언 문안에 비핵화 과정에 대한 '액션 플랜'이 빠졌을 가능성에 주목하며 한미 간 조율·협의 '2라운드'에 돌입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이 동맹국 한국의 의사를 존중해 이번 종전선언 문안 협의에 응한 것일 뿐,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한미군 철수'나 '주한유엔군사령부 해체' 등을 북측이 요구할 여지를 만들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들어 전직 주한미군 사령관들이 미국 매체를 통해 종전선언에 대한 부정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를 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전직 인사들을 '스피커'로 내세워 우려의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던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표적인 예로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25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저의 의문은 종전선언을 하면서 무엇을 얻으려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라며 북한의 비핵화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유엔사 해체 주장이 나올 가능성을 우려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에이브람스 전 사령관의 발언은 그간 한미 간 억눌려 있던 의견차가 이제는 (전직 사령관 입장에서) 터져 나온다고도 볼 수 있다"며 "아울러 우리의 종전선언 제안을 북한이 받는다고 하더라도 한 번 보겠다는 수준인 것인지 아니면 평화협정까지 가자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한미 조율 등 추가 단계가 또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