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리포트-‘안갯속’ 한진의 미래②]합병 시 점유율 50% 이상 노선 40여개 달해… 7개 경쟁당국 심사 진행 중
박찬규 기자
10,237
공유하기
카카오
카카오 나에게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텔레그램
링크 복사
편집자주
국내 재벌기업의 고질적인 병폐는 ‘오너리스크’다. 창업주가 힘겹게 일군 회사를 후대가 물려받으며 각종 비리에 연루되고 갑질이 난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표적인 기업이 한진그룹이다. 대한항공으로 대표되는 한진그룹은 국내 굴지의 재벌기업인 동시에 그동안 오너리스크로 사회적인 비판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한진가 3세 중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그 유명한 ‘땅콩회항’, 최근 승진한 막내 조현민 사장은 ‘물컵 갑질’로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이들에게서 오너가의 책임경영 의지는 도무지 찾을 수 없다는 시각이 팽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느 기업보다 깊은 타격을 입은 한진그룹은 본격적인 3세 경영이 시작될 올해만큼 중요한 해는 없을 듯하다. 그동안 각종 오너리스크로 얼룩진 한진가 3세는 미래 로드맵을 마련해 위기의 한진그룹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을까.
카카오톡
카카오톡나에게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카페블로그
텔레그램
링크복사
인천공항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뉴스1 DB
▶기사 게재 순서
①조원태 끌고 조현민 밀고… 3세 경영 속도
②해 넘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언제쯤
③지워지지 않는 한진 오너리스크에 주가도 부진
④한진家 조현아는 어디서 뭐하고 있을까
한국을 대표하는 국적 대형항공사(FSC)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두고 우려 섞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국내외 경쟁당국에서 진행하는 합병 관련 심사 결과 발표가 늦어지고 있어서다. 산업은행 등 합병을 적극 추진하던 쪽은 물론 항공업계에서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3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통합’(PMI) 전략 계획안을 산업은행에 제출한 이후 국토교통부·산업은행과 함께 3개월여의 협의를 통해 최종 PMI 계획안을 7월 확정 발표했다.
최종 확정된 PMI 계획에는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와 에어부산·에어서울 등 계열 항공사의 통합방안,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행위 제한 이슈 해소 방안, 고용유지 및 단체협약 승계 방안, 지원사업부문 효율화 방안 등이 포함됐다.
당시만 해도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이 인수함으로써 ‘세계 7위 메가캐리어’ 탄생을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현재는 각국 경쟁당국의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울 뿐이다. 올 들어 유럽엽합(EU) 경쟁 당국이 스페인 1·3위(IAG-유로파) 항공사의 결합을 승인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기 때문.
━
일부 노선 반납하라는 공정위
━
지난해 12월2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일부 노선의 독점이 우려되는 만큼 해당 노선에 대해 ‘특정 항공사 항공기가 특정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인 ‘슬롯’ 반납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서로 다른 국가의 항공 당국이 인정, 부여한 ‘운수권’도 일부 조정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을 두고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상당한 고심 끝에 조건부 승인을 언급한 것 같다”며 “해외 경쟁 당국에서도 비슷하거나 더 깐깐한 판단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한항공 관계자는 “공정위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서를 성실히 준비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국내 항공업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단 두 곳뿐인 대형항공사가 합병하는 만큼 경쟁제한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 관계자는 “새로운 결합으로 인해 경쟁에 제한이 생기면 당연히 조치해야 한다”며 “특히 대형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뿐인데 저비용항공사(LCC)가 경쟁하는 부분은 별개의 문제”라고 짚었다.
대한항공이 슬롯을 반납할 경우 국내 다른 항공사가 일정한 절차를 통해 슬롯을 배분받아 해당 노선에 취항할 수 있다. 다만 항공사 규모나 정비 등 구조적 특성 면에서 LCC가 FSC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아 직접 경쟁은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 관계자는 “합병 시 슬롯을 반납하는 등의 조치로 외항사가 이득을 본다는 등의 말도 있는데 이는 결과론적인 얘기일 뿐”이라며 “반대로 해외 경쟁 당국의 판단으로 국내 항공사가 이득을 볼 수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조건부 승인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
“구조조정 없다”고는 하는데…
━
드론으로 항공기 동체 검사하는 솔루션 개발 /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밝히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3년차에 접어들며 항공업계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음에도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항공업계는 공정위 요구를 따를 경우 노선 축소로 인한 구조조정을 우려한다. 업계 일각에서도 당초 계획과 달리 중복 인력 1000여명 이상을 해고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더욱 깐깐해진 해외 경쟁 당국의 기업 결합 심사도 한몫했다는 평이다.
아직 국내외 경쟁 당국의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은 만큼 대한항공이 반납·조정할 슬롯·운수권에 대해서는 추측만 나올 뿐이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합병 시 7개 인기 노선은 양사의 합병 시 점유율이 100%에 달하며 양사가 함께 운항하는 58개 노선 중 점유율 50%를 넘는 노선도 32개다. 대한항공은 운항 시간을 겹치지 않게 하고 작은 항공기를 운항하면서 노선을 유지할 계획이었는데 이번 공정위 지적에 따라 새로운 계획을 구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 경쟁 당국은 기업 결합 심사 경험이 많고, 인수·합병 사례를 자주 접하는 만큼 각 사례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며 “특히 EU는 권역 내 항공사에조차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중이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도 안심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참여연대는 “정부는 합병 추진 당시 합병 주요 당사자인 소비자와 노동자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며 “이는 합병 후 시장 혼란을 가중시킬 위험을 내포한 것이며 고용불안정과 운임상승, 국가 항공 경쟁력 하락에 대한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