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알쓸범잡2' 방송 화면 캡처 © 뉴스1

(서울=뉴스1) 이아영 기자 = '알쓸범잡2'에서는 평균 수명이 길어지는 등 사회적인 변화로 인해 달라져야 하는 법에 대해 생각할 점을 남겼다.
13일 방송된 tvN '알쓸범잡2'에서는 광주에서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과 함께 미래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정재민은 평균 수명이 늘면서 '정의의 균형점'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강명은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노노 간병', 즉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는 사회적 현상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부산에서는 아내를 간병하던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다. 장강명은 "금슬이 좋았다고 한다.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었다. 자녀도 있었다. 문제는 남편이 정년퇴직을 할 때쯤 판막 이식 수술을 받았고, 남편이 아내의 간호를 하게 됐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후 아내의 판막이 다시 약해져서 재수술을 해야 하는데 노령이라 하지 못하고 합병증만 치료하게 됐다. 그런데 담도암까지 걸리면서 아내는 더욱 고통스러워하고, 병원에서는 치료로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요양병원을 권했다. 그러나 아내가 요양병원을 싫어해 집에 와서 간병을 했다.


남편 혼자 간병한 것은 아니었다. 자녀들이 돌아가면서 모셨고, 나중엔 막내아들도 같이 살았다. 아내는 병원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아내는 37kg까지 살이 내렸다. 아내는 며느리에게 '죽여달라'라고 말할 정도로 고통스러워했다. 어느 날 막내아들이 출근하고 아내가 너무 괴로워하니 남편이 아내의 목을 졸랐다. 이후 남편이 자녀들에게 전화해 '너희 어머니가 죽은 것 같다'고 했다. 그 후 소방관과 경찰이 와서 목 졸린 흔적을 발견했다. 경찰이 물어보자 남편은 '내가 그랬다'라고 순순히 답했다고 한다. 간호가 힘들고, 아내가 너무 고통스러워 보여서 그랬다고 한다. 그래서 긴급 체포됐다. 이웃과 가족들이 선처를 요구해서 집행 유예를 받았다.

권일용은 "병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무기력이 오면 이걸 멈춰주는 게 사랑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어떤 상황이 되면 환자가 간병인에게 부탁을 한다.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그럼 피해자의 말 한마디로 촉발되고, 간병인도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되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정재민은 미래 사회에서는 '돌봄 노동'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강명은 "알아보니 정부도 많은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내실이 부족한 단계다. 장기요양보험, 요양보호사, 요양원 등이 있지만, 질이 높지 않다. 그래서 공공요양원으로 대기가 몰려있다. 요양보호사도 150만 명이 있지만, 다 일을 하고 있지는 않다. 일이 힘들고 급여가 낮기 때문이다. 150만 명 중에 반의 반 정도만 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재민은 '인격권'을 민법에 도입하는 것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정재민은 "한 인간을 오랫동안 괴롭히는 것, 예를 들어 왕따나 직장 내 갑질이라면 뭐가 침해당했다고 생각하느냐. 이런 추상적 권리가 사람의 생명, 신체, 초상, 음성 등 인격적 이익에 관한 것을 법적 권리로 만드는 게 인격권이다"고 설명했다.


인격권 하면 광주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일명 '도가니 사건'이었다. 소설과 영화로 만들어져 공분을 샀다. 인화학교에서 교직원들이 청각 장애 학생들을 대상으로 집단적으로 학대했던 사건이다. 인화학교는 청각 장애인을 위한 특수 학교였다. 어릴 때부터 청각 장애를 갖고 있게 되면 지능 장애가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 아이들을 교장이나 행정 실장, 교직원이 성폭행, 성추행한 사건이다. 정재민은 "영화를 보면 굉장히 참혹하다. 그게 소설보다 수위를 낮춰서 영화를 만든 거다. 판결문을 보면, 소설보다 더 힘들다"고 말했다.

수사 결과 가해자는 6명, 피해자는 9명으로 밝혀졌다. 정재민은 "하지만 실제 피해 규모는 그보다 더 컸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피해가 발생한 이유는 폐쇄성 때문일 거라고 했다. 가족이 학교를 운영했으며 상당수 교사들은 불법 기부금을 내고 채용됐다. 또 아이들은 피해 사실을 설명하기가 힘들고, 부모님들도 장애인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성폭행 같은 사건이 벌어져도 외부에 알려지기가 어려웠다는 것.

이는 학부모의 신고를 받은 교사의 고발로 2005년에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그런데 범죄의 참혹함에 비해 처벌이 너무 경미했다는 것도 분노를 유발했다. 학생을 성폭행한 교장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일부는 공소 시효가 만료됐다며 기소도 되지 않았다. 정재민은 "제가 판사일 때 이 사건이 나왔다. 이런 판결이 나온 이유를 지금 생각해본다면, 그 당시 법이 가해자들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 당시엔 성범죄는 친고죄였다. 피해자가 고소해야만 수사와 재판이 가능했다. 피해자가 고소를 안 했거나, 고소 후 합의를 한다면 수사도, 재판도 중단된다. 두 번째는 고소를 하더라도 고소의 기한이 정해져 있었다. 범인을 안 날부터 1년이었다. 피해자는 무서워서 사건에 대해 말도 못 한 상태다. 그때 다른 아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자, 경찰에 참고인으로 불려 가서 조사를 받았다. 그땐 아직 본인 사건은 말하지도 못했다. 근데 법원에서 '그때 왜 고소하지 않았느냐'며 기간을 계산한 것이다. 어른도 피해를 말하는 게 쉽지 않은데"라고 했다.

또 당시 검찰은 친고죄가 아닌 범죄로 기소해보려고 했다. 장애인에 대한 준강간죄였다.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고소 기한이 없었다. 준강간죄는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일 때 성립한다. 그런데 피해자가 수화로 싫다고 표현을 했고 바지를 올렸기 때문에 항거 불능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서혜진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준강간죄를 입증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정재민은 "일반인에게도 그렇게 적용하면 불합리한데, 이 피해자들은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었다"며 당시 법 적용이 불합리하고 정의롭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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