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환자에게 수술에 따른 위험성을 사전에 설명했더라도 이를 환자가 충분히 숙고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면 병원에도 일정부분 후유증에 따른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경기 평택시 B 척추병원에서 수술 뒤 뇌졸중 후유증을 갖게 된 A씨가 B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 환송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6월7일 B병원을 방문해 Δ추체간 유합술 Δ후방기기 고정술 Δ인공디스크 치환술 수술을 받기로 결정하고 수술동의서를 작성했다. 나흘 후 수술을 위해 내원한 A씨는 수술 30분 전 경동맥 및 심장초음파 검사를 한 뒤 평소 앓고 있던 경동맥 협착 소견 경력에 따라 뇌졸중 위험이 동맥경화가 없는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설명을 들었다.
B병원은 이같은 설명 후 곧 마취에 들어가 수술을 진행했다. A씨는 7시간30분여에 걸친 수술을 받고 나온 직후 뇌경색 증세를 보였다. A씨는 다른 병원으로 전원돼 치료를 받았지만 신체 좌측이 마비돼 대소변 조절이 불가능해졌고 인지장애로 의사소통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졌다.
A씨는 B병원이 주의의무 및 설명의무를 위반한 불법행위로 영구적 장애를 입게 됐다며 B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과 위자료를 청구했다.
1심은 A씨가 동맥경화를 앓고 있었지만 경동맥 초음파 등 뇌졸중의 위험도 평가를 거쳐 수술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 점, 마취 및 수술중 협압 상승이 기저혈압으로 보이고 수술중 약물을 적절하게 투입한 점, 수술 후 경과관찰로 뇌경색 의심소견 확인 뒤 곧바로 다른 병원으로 전원한 점을 근거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또한 수술 사흘 전 내원 당시 원고의 보호자인 A씨 아들에게 수술의 목적과 방법을 설명하고 신경손상 등 합병증 가능성을 설명했다는 점과 수술 직전 기저질환으로 뇌졸중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설명을 했다는 점을 들어 설명의무 위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역시 이같은 1심의 판단이 적절하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주의의무 위반 여부에 대해선 하급심과 동일하게 B병원의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합병증 가능성에 관한 사전고지가 있었다는 점만을 근거로 설명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며 A씨 청구를 기각한 1,2심 판결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고로서는 이 사건 수술로 자신에게 나타날 수 있는 후유증 등 이 사건 수술에 관한 위험성을 충분히 숙고하지 못한 채 수술에 나아갔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원고가 이 사건 수술에 응할 것인지 선택할 기회가 침해된 것으로, 원고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은 피고 병원 의사들에게는 설명의무를 위반한 사정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 병원 의사들의 설명과 이 사건 수술 사이에 적절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지, 원고가 숙고를 거쳐 이 사건 수술을 결정하였는지 심리하여 피고 병원 의사들의 설명의무가 이행되었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면서 "원심은 이러한 사정을 심리하지 않은 채 피고 병원 의사들의 이 사건 수술에 관한 설명이 있었다는 사정만을 근거로 설명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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