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12월부터 경기도청 노동국에서 행정5급 임기제 공무원으로 3년 동안 일할 기회가 있었다. 생활 근거지가 서울이었지만 노사관계, 일자리, 산업재해 등의 근무 경험이 이를 가능케 했다.
경기도청에서 맡은 업무는 노동권익센터 총괄이었다. 이재명 지사의 공약이기도 한 해당 업무와 관련, 당시 행정 경험이 없던 터여서 걱정이 많았다. 그럼에도 센터의 노동업무는 사회에서 늘 해오던 노동관계 업무여서 낯설지만은 않았다.
초기엔 다소 실수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익숙해졌다. 당시 가장 힘든 것은 근무지인 북부청사(의정부 소재)에서 부서장 업무보고를 위해 수원에 있는 남부청사까지 왕복 4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를 일주일에 서너번씩 오가는 출장이었다.
당시 출장을 오가며 '왜 이렇게 업무를 비효율적으로 할까. 전임 도지사 시절엔 어떻게 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동료들에 물으니 "전임 도지사들은 얼굴 보기도 힘들었을 뿐더러 실무팀장들이 수원까지 가서 실·국장들에 업무보고를 하는 출장은 거의 없었다"는 답이 왔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은 3년의 임기를 마친 시점에서 스스로 깨닫게 됐다. 이재명 전 지사는 과거 성남 시절부터 지사직을 놓을 때까지 공약 이행률이 무려 96.1%에 달하며 전국 지자체 단체자 가운데 가장 높았다. 그만큼 시민 유권자들과의 약속 이행을 위해 공무원들과 함께 동분서주한 결과다.
이 전 지사가 도지사 시절 수행한 사업들을 살펴보면 ▲99.7% 자발적 동의로 완료한 도내 불법 계곡하천 청정계곡 정비 사업 ▲100억원 미만 공공건설 표준시장 단가제 도입 ▲페이퍼 컴퍼니 입찰담합 근절 ▲건설공사 원가공개 확대로 건설현장의 부조리 척결 ▲체납자 실태조사 강화로 상습 체납자 근절 통한 조세정의 실현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어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지역화폐' 확대 ▲3차에 걸친 전 도민 재난기본소득 지급 ▲코로나19 경제 한파 극복 노력 ▲서민 울리는 기획부동산 불법행위 단속 ▲부동산 투기 방지를 위해 외국인과 법인 대상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공공개발이익 도민환원제 시행 ▲도민의 경제적 기본권 확대와 삶의질 개선을 위해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금융 도입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취약계층이 생계형 범죄에 내몰리지 않도록 '먹거리 그냥드림코너' 운영 ▲청년들이 좌절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청년기본소득과 청년면접수당 도입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여기에 노동 존중 세상 실현 차원에서 전국 광역자치 최초로 '노동국'을 신설해 노동권익보호, 산업재해예방, 비정규직 공정수당 및 생활임금 도입, 플랫폼노동지원, 경비원·청소원 등 취약계층 조직화 지원사업, 이동노동자 쉼터 설치, 필수노동자 지원사업 등도 펼쳤다.
이 전 지사는 중국 항공사인 동방항공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승무원들이 집단해고를 당하자 "대한민국 자존심이 걸린 문제로 지방정부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겠다"며 영사관에 항의 공문을 보내고 부당해고 집단소송지원, 심리상담, 회의공간 마련 등 국격 향상 노력도 했다. 경기도의 특별사법경찰단의 활동들은 이미 언론에 자주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다른 광역 도시와 달리 경기도는 남북이 대치하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음을 감안, "이젠 분단국가를 넘어 유라시아로 나아가는 한반도 평화 시대의 중추적 역할도 담당해야 한다"며 "경기도 5대 권역을 중심으로 경기 북부는 평화경제 기반과 교통망 확충, 동부는 규제 완화, 남부는 첨단산업단지 및 반도체 허브 조성 등을 하겠다"고 실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 실천 의지로 유엔사 관할 비무장지대(DMZ) 내 도라전망대에 평화부지사 집무실 설치를 거부하는 유엔사의 부당한 간섭에 항의하기도 했다. 이 같은 모습을 지켜보면서 '지도자는 저런 리더십과 강단이 있어야지'라는 생각도 해 봤다.
이재명 전 지사는 지사 시절 "법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이익들이 법을 지키는 이익보다 더 크다면 아무도 법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며 "공무원들은 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돕는 억강부약(抑强扶弱)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늘 강조했다.
3년 간의 도청 업무 기간에서 가장 힘든 것 중 하나는 '공약이행점검' 업무였다. 매달 공약 이행 여부 들을 보고해야 했고 각 사안들마다 이해관계 집단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법률이 정비되지 않아 지자체 조례만으로 하기에 어려운 한계도 많았다. 하지만 이 역시 도 공무원들과 산하기관들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살면서 그동안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수많은 선거를 지켜봤다. 당선만 되면 유권자인 국민과의 약속인 공약을 '예산부족, 시기상조' 등의 핑계로 이행하지 않는 당선자들도 많이 봤다.
이재명 전 지사가 퇴임하던 날 도청 직원들에게 "경기도가 대한민국의 표준이 된 것처럼, 대한민국을 세계의 표준으로 만들겠다. 대한민국이 부러워하는 경기도를 만들었던 것처럼, 대전환의 위기를 대도약의 기회로 삼아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도국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했던 말들이 아직도 귓전에서 맴돈다.
*이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