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 게재 순서
① 정치권에 부는 ‘확률형 아이템’ 바람
② ‘천덕꾸러기’ 확률형 아이템, 무엇이 문제인가
③ 확률형 아이템 규제, 국회 문턱 넘을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확률형 아이템이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주요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확률형 아이템 관련 규제를 외치면서 공약을 내놓고 있어서다. 이번 대선의 ‘캐스팅 보터(결정적 투표자)’인 2030세대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현실에 대한 이해 없이 급조된 공약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사행성 논란’에… 대선 주자들, 너도나도 규제 공약

확률형 아이템은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게임사가 정한 확률에 따라 게임 아이템을 무작위로 지급 받는 것이다. 운이 좋으면 지불한 금액보다 가치가 높은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지만 반대인 경우가 더 많다. 이용자들은 원하는 게임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뽑기 기회’를 얻기 위해 돈을 쓰는데, 작은 확률에 베팅하는 도박과 구조가 비슷해 사행성 논란에 휩싸였다.
게임 유저들이 특정 아이템을 얻기 위해선 많은 돈을 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게임업계의 핵심 수익 창출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게임기업들이 비판에 시달리면서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좋은 게임 아이템을 갖기 위해 현실 세계의 돈을 수 억원까지 지출한 사례도 드물지 않다.
여야 유력 대선주자들은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반영해 확률형 아이템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해 12월 페이스북을 통해 확률형 아이템의 정확한 구성확률과 기댓값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지난달 12일 확률형 아이템 관련 정보를 게임사가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일종의 ‘이용자위원회’를 조직해 게임사를 직접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고 환불과 보상, 미성년자 결제 문제에서도 게임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재명 후보는 더 나아가 컴플리트 가챠(여러 아이템을 모아 또 다른 아이템을 완성하는 다중 구조의 뽑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확률 조작 적발 시 게임업체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컴플리트 가챠는 모든 종류의 아이템을 획득해야만 희귀한 아이템을 가질 수 있는 구조여서 과도한 구매 비용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2030세대 의식한 급조된 공약… 자율규제가 우선”

게임업계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정치권이 즉흥적으로 공약을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2030세대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규제부터 외치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고사양 아이템을 일정 비율 미만으로 제한하는 등의 밸런스는 게임의 재미를 위한 가장 본질적인 부분 중 하나”라며 “상당한 비용을 투자할 뿐 아니라 사업자들이 비밀로 관리하는 대표적 영업 비밀”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도 “확률형 아이템 문제는 꽤 오랫동안 이슈가 된 문제”라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는 만큼 여러 조건을 숙고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에 부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 바람을 타고 지난 10일 관련 공청회가 진행되며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이 본회의 통과를 위한 절차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법제화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게임업계는 지난해 12월부터 시행 중인 강화된 자율규제 강령 개정안을 제대로 시행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자율규제 강령 개정안은 유료 확률형 아이템의 습득률 공시에 한정된 기존 자율규제안과는 달리 캡슐형, 강화형, 합성형 등 확률형 콘텐츠로 대상을 확대했다.
입법화보다는 확률형 아이템을 자율규제로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다면 게임성(재미)을 높이면서 이용자들에게 유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개정 강령은 그동안 확률 공개를 강제하는 내용의 법안과 유사하다”면서 “자율규제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확률형 아이템의 법적 규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율규제로 이뤄지는 확률 공개를 법으로 하나하나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며 “법제화가 되면 다른 회피수단이 나오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선 정국이 도래하면서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대선후보들 사이에서 화두가 됐다”면서 “여러 방면에서 의견수렴을 거치지 못하면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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