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군이 올해 새 무기가 필요하다고 결정하면 병사 손에 닿는 해는 2041년이다. 소요 제기부터 전력화까지 평균 약 15년이 걸린다. 우크라이나는 군이 필요로 하는 기술의 우선순위를 공개하고 누구나 공모에 참가할 수 있게 한다. 평균 1.5개월 안에 결정이 난다. 실전 투입 뒤에는 전장 데이터를 개발사에 보내 보완을 요구한다. 각 군은 e포인트를 활용해 비공개 온라인 장터에서 새로운 무기를 구매할 수도 있다.
[시대]가 올들어 지난 19일까지 '새로운 전쟁의 시대, K방산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3차례 개최한 포럼에서 다뤄진 내용이다. 최근 5년 연평균 126억달러(약 17조5000억원)를 수출한 K방산의 이면이다.
한국은 과거 추격국가였다. 앞선 나라의 제도를 들여와 쫓기만 해도 충분했다. 제도는 수입된 개념을 내재화해 현실에 맞춘 변용을 거쳐 자생적 사유와 정책의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 한국은 첫 단계부터 부실했다. 그 제도가 왜 생겼는지 따지지 않고 결과만 들여왔다. 내재화가 없으니 변용도 창출도 쉽지 않다. 따라갈 나라가 사라진 지금 한국은 스스로 제도를 설계할 역량이 부족하다. 이것이 제도의 늪이다.
늪은 세 가지다. 인재는 공정성이란 잣대에 막히고, 무기는 절차에 막히며 기술은 보안 문제에 막혀 있다. 해킹 천재를 일반 병사와 같은 공정성의 잣대로 평가하니 수월성은 특혜가 된다. 무기 평가가 늦어지면서 대기업 위주의 심사를 견디지 못한 스타트업은 해외로 떠난다. 전투 데이터를 풀지 않으니 AI(인공지능)와 드론 등 첨단 무기는 실전에서 활용하기 어렵다.
한국이 늪에서 나오려면 제도를 설계하고 운용할 사람은 독립적으로 사고할 능력을 갖추고, 시스템은 그 사고를 펼칠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독립적 사고는 주인의식을 가질 때 만들어지고 능력을 발휘할 공간은 책임과 권한을 함께 부여할 때 생긴다. "국방 예산 1%라도 혁신기술 구매에 쓰고 감사 걱정 없이 채택할 안전지대를 두자"(이정동 서울대 교수)는 제안이 나온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방산 수출 세계 4위권 등을 들어 군사력이 "차고 넘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방산 강국은 구호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무기는 동맹뿐 아니라 비우호국에도 팔아야 하는 일이 생긴다. 정부가 나설수록 판로는 오히려 좁아질 수 있다. 정부가 할 일은 자랑이 아니다. 조용히 빗장을 풀어 새로운 전쟁의 시대에 맞춰 제도를 혁신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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