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스의 OSV(Oddly Satisfying Video)광고가 광고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OSV광고는 유튜브에서 *OSV가 유행한 후 맥도날드나 ING뱅크 같은 거대 기업들이 자사 광고에 활용해 주목 받은 속칭 ‘핫’(HOT)한 광고 형식이다.
광고는 옴니버스식으로 묶인 밝고 산뜻한 8개의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장면에는 하늘색 풀장과 베이지색 바닥을 경계로 녹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이 일렬로 앉아 물장구를 치고, 두 번째 장면에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분홍색 매니큐어를 바른 손이 체리색·오랜지색 젤리가 담긴 유리잔을 들고 있는데 손에 들린 유리잔이 빙글빙들 돌아간다. 이런 식으로 계단, 정원, 게이트볼, 스프링쿨러 장면이 이어진다.


시몬스의 2022년 광고/사진=유튜브 캡처


이것은 광고인가 예술인가

광고는 무척 단조롭지만 이 단조로움이 광고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다. 마치 르네 마그리트나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을 섞어 놓은 것 같은 초현실적이고 팝아트적인 장면들이 바람 소리, 파도 소리, 새 소리에 감싸여 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한 장면 한 장면 보다 보면 마치 미술관에 들어가 안내선을 따라 작품을 감상하고 나온 것만 같다. 난해하면서도 고즈넉한 분위기에 스르륵 잠이 온다.
형식면에서 지금까지 이런 국내 광고는 없었다. 첫 장면에 나온 회사명 ‘SIMMONS’ 외에는 회사나 제품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없다. 침대광고에 침대조차 나오지 않는다. 놀라운 것은 침대 없는 침대 광고를 주문한 것이 광고주였다는 점이다. 
시몬스는 ‘침대는 과학입니다’로 유명한 에이스침대의 형제기업으로 에이스침대와 함께 국내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에이스침대가 지분을 보유한 썰타코리아까지 고려하면 독과점 상태다. 이 정도 기업이라면 제품 한 두개 파는 것보다 ‘나이키’처럼 자사의 격을 높이고 브랜드이미지를 향상시키는 광고를 집행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광고계 입장에서 보자면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목적이 확실하면 방법은 자유롭다

광고는 새로워야 한다. 남들과 달라야 한다. 타 경쟁사와 똑같은 광고를 기억해줄 소비자는 없다. 하지만 맥락 없는 새로움은 바로 잊히고 만다. 새로운 광고가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시장에서 오늘의 새로움은 내일의 새로움에 밀려난다.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는 새로움이 필요하지만 이를 유지하려면 새로움의 이유를 납득시키고 각인시켜야 한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과 내러티브(Narrative)가 중요한 이유다. 그런 점에서 이번 광고는 시몬스가 자사 브랜드이미지를 얼마나 잘 관리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왼쪽부터)시몬스 1995년, 2000년, 2017년, 2019년 광고/사진=유튜브 캡처

시몬스는 1995년 TV광고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때부터 성공적인 광고 전략으로 주목받아왔다. 연구원처럼 보이는 중년 백인 남성이 침대 위로 볼링공을 떨어뜨리는 모습과 바로 옆에 볼링공이 떨어져도 넘어지지 않는 볼링핀의 모습은 시몬스가 서구의 앞선 기술로 만들어졌으며 서구에선 흔들리지 않는 메트리스를 최고로 여긴다는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각인시켰다. 기능과 효율을 강조하는 모더니즘 광고의 정수로서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웠기에 지금도 이 광고와 카피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던 시몬스가 2017년 불면증을 주제로 한 감각적인 광고를 선보이더니 2019년엔 자사 로고를 활용한 레트로한 광고를 집행하고 올해 들어서는 파격적인 이번 광고로 우리나라 광고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런 형식의 광고는 우리나라 소비자에게 무척 낯설다. 침대의 기능을 어필하는 모더니즘 스타일 광고에 익숙한 소비자에게 침대에 누웠을 때의 경험을 어필하는 포스트모던 스타일의 광고는 대체 어디서부터 이해해야 할지 난감하게 만든다. 이는 광고주 입장에서도 모험이다. 소비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광고는 ‘무쓸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결같이 ‘숙면’이라는 메시지를 고수해 온 시몬스였기에 소비자도 시몬스의 메시지를 혼선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오히려 2030세대, 독립을 꿈꾸거나 신혼을 준비하는 이들은 광고의 새로운 형식을 보며 시몬스를 ‘힙(Hip)’한 브랜드로 인식하게 되었다. 제품이 아닌 광고로 소비자의 니즈(NEEDS)에 어필했다는 점에서 광고전략의 승리라 할 수 있다.

광고의 수준은 광고주가 결정한다

광고를 만드는 것은 광고디자이너지만 그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광고주고 그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소비자다. 소비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바탕으로 광고를 제작하는 광고시장에서 소비자에 대한 고려없이 만들어지는 광고란 있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몬스 광고는 우리나라 광고시장이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국내 디자이너들이 서구의 광고전에서 수상하는 일이 흔한 요즈음에도 이들이 만드는 광고가 평면적이고 직설적이었던 것은 국내 소비자의 수준에 맞춰 광고가 기획되고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소비자는 직접 제품을 보여주고 사용하면서 이 제품이 좋다고 말하지 않는 이상 제품의 장점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대한민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누가 어떻게 아는가? 이들의 취향과 감성, 바람을 파악할만큼 충분한 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져 왔던가? 가장 정확해 보이는 통계마저 가장 허구적일 수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의 바람을 완벽하게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실 우리들이 생각해온 대한민국 소비자의 수준은 단지 우리들이 만들어 놓은 가상의 허들이었을 뿐이다. 시몬스의 이번 광고는 그 허들을 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소비자의 수준은 몰라도 우리나라 광고주가 소비자의 수준을 높게 보고 이를 믿기 시작했다는 점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