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모습. 2020.12.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음식점에서 상대방과의 대화를 녹음·녹화하기 위해 식당 주인 몰래 장치를 설치·제거한 행위가 주거침입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24일 나온다.
대법원은 1992년 대선을 앞두고 발생한 '초원복집 사건'에서 도청장치를 설치할 목적으로 손님을 가장해 음식점에 들어갈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는데, 이번에도 대법원이 같은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오후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 등에 대한 상고심 선고공판을 진행한다.


전남 광양에 위치한 한 업체 직원인 A씨와 B씨는 한 인터넷 언론사 기자가 회사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쓰자, 향응을 제공하고 부적절한 요구 등을 하는 장면을 녹음·녹화하기 위해 식당 주인 몰래 음식점에 장치를 설치·제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재판과정에서 기자들의 협박 대비를 위한 행위였고 해당 식당이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장소였으며, 침입 방법도 경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이들의 행위가 유죄라고 보고 각각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이라도 도청용 송신기를 설치할 목적으로 음식점에 들어갔다면 영업주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해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단기간에 반복해 범행을 저지른 점을 보면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A씨 등이 식당 관리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해 식당에 침입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기자와의 대화를 녹음·녹화한 행위도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해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 등이 방실에서 식당 관리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기자와의 대화를 녹음·녹화했다고 하더라도 불법행위 등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방실에 들어간 것 자체가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지난 1992년 대선을 앞두고 발생한 '초원복집 사건'과 유사하다. 초원복집 사건이란 김기춘 당시 법무부 장관 등 정부 측 인물들이 부산 초원복집에 모여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관권 선거와 관련된 대화를 나눈 것이 도청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당시 통일국민당 측이 도청장치를 설치해 대화 내용을 녹음한 뒤 언론에 폭로했는데, 관권선거와 관련된 대화내용보다는 도청사건이 부각돼 오히려 보수층 결집 효과를 가져왔다.

도청장치를 설치한 당 관계자들은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대법원은 유죄로 인정했다.

당시 대법원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이라 하더라도, 영업주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해 들어간 것이라면 주거침입죄가 성립된다"며 "기관장들의 조찬모임에서의 대화내용을 도청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할 목적으로 손님을 가장해 들어간 경우, 영업주가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또 "타인의 주거에 침입한 행위가 비록 불법 선거운동을 적발하려는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타인의 주거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는 행위는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을 결하는 것으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날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고 2심 판단을 유지할 경우 지난 1997년 초원복집 대법원 판결 이후 25년 만에 주거침입 관련 대법원 판례가 바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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