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윤석열 정부 5년의 청사진을 그릴 시간이다. 이 시기 만들어진 정책 구상을 통해 향후 윤 정부의 성패를 상당부분 가늠할 수 있다. 윤 정부가 이끌 핵심 정책과제들이 시작될 현재 지형을 파악하고 올바른 목적지를 향해야 한다. 로드맵이 중요하다. 뉴스1은 윤 정부 5년을 좌우할 핵심 정책의 성공을 위한 제언을 20차례에 걸쳐 싣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찰총장 퇴임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며 직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3.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온다예 기자,류석우 기자 =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가장 달라질 분야로 '사법개혁'을 꼽는 이들이 많다. 윤 당선인이 후보시절부터 문재인 정부와 가장 대립각을 세웠던 분야인데다 '정권 교체'의 단초가 된 것도 바로 사법개혁이다. 특히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분야다.
윤 정부의 사법개혁은 이미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인수위는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는 대신 특별감찰관 부활을 예고했다. 고위공직자수사처 폐지 가능성도 열려 있어 특별감찰관 부활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문 정부가 추진했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어떻게 바뀔지가 최대 관심사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정부 출범 이전에 사법개혁 과제를 마무리한다는 입장이어서 수사권 재조정은 당분간 논란의 중심에 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문 정부가 추진했던 사법개혁을 모두 돌리기 보다는 냉정한 성과평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버릴 것과 취할 것을 선택해야 새 제도 도입으로 겪었던 혼란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검경수사권 재조정에 "시행 1년 좀더 지켜봐야…수사지휘는 필요"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당선인의 사법분야 공약은 검찰권한 복원에 방점이 찍힌다. 구체적으로 Δ법무부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Δ검찰 예산 독립 Δ공수처법 24조 폐지 등 공수처 권한 축소 Δ경찰 송치사건 검찰 직접 보완수사 허용 및 검경책임수사제 등이다. 인수위 는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부활과 수사권 재조정을 위한 검경 협의체 구성 등도 검토에 나서며 당선인 공약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정부 검찰 수사권 박탈 기조에 대한 법조계 평가는 엇갈린다. 검경 수사권조정 후 초기단계인 만큼 제도안착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지 의견이 나온다. 반면 경찰 비대화·권력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맞선다. 신설된 공수처까지 맞물려 오히려 수사기관간 혼선으로 수사공백을 우려하는 지적도 많다.

입법 사항인 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찰 독자예산 편성, 공수처법 개정은 민주당 반대 의사가 명확해 21대 국회 처리가 불투명하다. 반면 검찰 보완수사의 범위를 넓히고 형사부 직접수사 제약을 푸는 것은 대통령령 개정만으로 가능해 이른 시일내 현실화가 예상된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권한 복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수사지휘권을 되돌려주는 것에는 대체로 찬성 목소리가 높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은 "수사권 재조정보다 조정된 결과를 안착시키는 게 더 급하다. 1년 정도 지났으니 그동안의 성과들을 평가하고 분석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70년 역사에 처음으로 이뤄진 제도인데 70분의 1의 과정을 놓고 잘됐다, 잘못됐다 얘기하긴 힘들다"고 했다.

정승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현정부에서 검사의 경찰 수사지휘를 폐지한 것을 반대하지만, 검찰의 직접수사를 확대하는 쪽도 바람직하진 않은 것 같다"며 "'검찰은 머리, 경찰은 팔다리'란 말이 있다. 미국·독일처럼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이 지휘하는게 보편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령을 고치는 방향이 검찰의 직접수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면 그나마 수사권 조정에서 어느 정도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것도 후퇴하는 것"이라며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갖는 것은 사법적으로 맞지 않으니 수사종결권을 보완할 정도는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재경지검 한 현직검사는 "기소해도 무죄가 날 수밖에 없을 정도의 부실조사에 재수사를 요구해도 요식절차 후 다시 넘기는 경우가 많다. 직접수사는 막히고 지휘권한도 없다보니 뻔한 결과를 바로잡을 방법이 없다"며 "현 제도는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는 구조다. 검찰이 아닌 국민을 위해 꼭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새 원내지도부를 선출한 민주당은 '검수완박' 입법 완성을 공언하고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전 대못을 박아넣겠다는 으름장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 임기가 5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정부 중점과제를 밀어붙이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방입법 역풍' 우려도 변수로 꼽힌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14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2022.3.14/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공수처, 특별감찰관 부활로 궁지…검·경·공수처 역할조정 시급
공수처의 출범 1년 성적표는 초라하다. 여야 모두 개선 필요성에 공감한다. 하지만 안 바뀌면 폐지하자는 윤 당선인과 오히려 역량을 키워주자는 민주당은 정반대 해법을 내놓는다.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을 확보한 만큼 당분간 윤석열정부와 공수처의 불편한 동행은 불가피하다.

윤 당선은이 ;별감찰관 부활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공수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대통령 친인척·측근을 감시·견제하는 특별감찰관과 공수처 영역이 겹칠 수 있어서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고위공직자 범죄가 국민 생각처럼 흔하진 않고, 특별감찰관까지 활성화되면 공수처가 존재할 이유가 뭔지 의문"이라며 "공수처가 국민 관심도가 높은 사건을 넘겨받아 성과를 가로채거나 사건을 뭉갠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 수사기관끼리 교통정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감반 활동이 중단된 사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 등으로 정보수집과 감찰, 수사 등 혼선을 일으킬 수 있는 영역을 확실히 짚고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승재현 위원은 "민정실이 폐지되면 공직기강 업무 중에서도 대통령 친인척 등 내용은 명확히 들여다보기 힘들다. 특별활동비 등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관이 없는데 특별감찰관이 그 행동을 지켜보며 견제할 수 있다"며 "특감반은 법과 도덕이란 감찰의 문제고, 공수처는 실정법 위반의 문제라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상희 교수도 "공수처는 수사를 하는 기관이고, 수사를 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혐의가 있어야 한다"며 "특별감찰관은 사전에 비리나 범죄가 저질러지는 징후를 찾아나서는 장치라서 기능이 좀 다른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감찰관이 범죄의 징후를 발견하면 공수처로 넘겨야 하는데 감찰관의 가장 큰 업무는 예방적인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정승환 교수는 "감찰이 최종 처분은 약할지 몰라도 (조사)대상은 더 넓다. 공수처는 범죄만 수사할 수 있지만 감찰은 범죄 아닌 비리까지 조사가 가능하다"며 "특별감찰관실이 민정수석 역할까지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뤄진다면 공수처의 역할 조정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정부에서)공수처 조직이나 기능이 확대될 거 같진 않다. 겸찰, 검찰, 공수처간 역할도 중복되고 기관간의 갈등 때문에 문제해결이 안 될 때도 많다"며 "민정수석을 없애는게 획기적이고 혁신적이다 보니 그것을 전제로 특별감찰관이나 공수처, 검경 등 역할과 기능 조정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2018.6.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 일선 법원의 사건 적체…새 정부서 해결책 나올까
사법부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개혁 과제 중 하나는 사건 적체가 꼽힌다. 일선법원에 쌓인 무수한 사건은 법관들의 업무 부담을 가중할 뿐만 아니라 재판 지연, 충실하지 못한 심리로 이어져 신속한 재판을 받을 국민 권리에 악영향을 미친다.

윤 당선인은 통합가정법원 개편, 해사전문법원 신설 등을 통해 양질의 사법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지만, 재판지연과 같은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은 내놓지 않았다.

사법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기준 민사합의부 본안 사건 1건당 평균 처리기간은 301일, 형사합의부 공판 사건은 184일이 소요됐다. 이는 10년 전 각 222일, 110일의 처리기간이 소요된 것보다 각 79일, 74일이 증가한 수치다.

대법원은 최근 1심 민사단독 관할 기준을 기존 소가 2억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하는 등 사건처리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제도를 개편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인 방안으로는 판사 정원 확대와 재판연구원 증원이 꼽힌다. 지난 18일 화상으로 진행된 전국법원장회의(임시회의)에서 전국 법원장들은 '판사 및 재판연구원 증원 추진'에 대한 현안보고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국회와 재정당국의 벽을 넘어야만 한다. 국회에는 3214명의 판사 정원을 4214명까지 1000명 늘리는 판사증원법이 제출된 상태다. 재판 보조인력인 재판연구원의 현재 정원은 300명인데, 정원 확대를 위해선 기획재정부와의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

법원의 오랜 숙원인 상고심 개혁 논의도 새 정부에서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상고심 개혁은 그동안 상고법원 설치, 대법관 증원, 상고허가제 등 여러 방안이 거론됐으나 대법원, 변호사업계, 정치권 등의 입장이 달라 협의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불거진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 이후 개혁의 동력이 상실된 상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궁극적인 사법개혁은 법원이 재판을 잘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며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국민의 이익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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