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요즘에는 그냥 사람 자체가 너무 싫어지는 거예요. 제가 좋아하는 분이 오셔서 고생한다고 이것저것 먹으라고 주셔도 말을 한 마디라도 더하고 싶지가 않고, 제가 이러려고 공무원을 했냐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수도권의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기초생활수급자를 관리·지원하는 업무를 해온 고모 주무관(32·여)은 지난 25일 기자와의 통화 중 연신 한숨을 쉬었다. 지난 1년여 동안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폭증한 업무로 인해 고 주무관은 이날도 점심 식사를 하지 못하고 일을 해야 했다.
특히 고 주무관은 올해 들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생활지원비 신청 민원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 이 업무를 별도의 창구 없이 현장의 사회복지공무원들이 도맡게 되면서 사회 취약계층을 발굴·지원하는 본연의 업무는 마비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 주무관은 "얼마 전엔 출근시간 이전부터 생활지원비를 신청하려는 민원인들이 센터 앞에 줄을 서서 대기하기도 했다"라며 "원래도 인원이 부족했는데 생활지원금 때문에 일이 더 몰려서 팀장을 포함에 팀원 모두가 이 업무를 하고 있다. 제게만 전화가 하루에 100통씩 온다"라고 말했다.
그는 "(인력 부족 문제가 계속 제기되자) 이제서야 4~5시간 기간으로 정해진 인력이 배정됐는데 그나마 한 달 뒤면 그만두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생활지원비와 관련해 계속해서 변화하는 정부의 지침도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공무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시기별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생활지원비의 액수와 대상자가 달라져서 혼선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고 주무관은 "왜 금액이 다르냐며 화를 내시고 욕을 하시기도 하는데 '저희가 적게 드리고 싶어서 적게 드리는 것이 아니다'라고 아무리 설명을 드려도 이해를 못 하신다"고 말했다.
고 주무관은 "왜 금액이 다르냐며 화를 내시고 욕을 하시기도 하는데 '저희가 적게 드리고 싶어서 적게 드리는 것이 아니다'라고 아무리 설명을 드려도 이해를 못 하신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시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지공무원 이모씨(37·여)도 지난 몇 년간 복지관련 사업이 확대되면서 담당해야 하는 일이 많아진 상태에서 재난지원금 관련 업무부터 시작해 소상공인 지원, 마스크 지원, 진단키트 지원 등 '지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업무는 모두 사회복지공무원들에게 내려오고 있어 업무량이 2배 이상이 됐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시민분들 예방접종 날짜를 잡아주는 것도 저희들이 했고 어르신들 중에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은 (백신 접종 장소로) 인솔하는 것까지 저희가 했다"며 "어느 정도는 참아 왔는데 끝날 기약이 없이 일은 계속 내려오고 현장은 더 힘들어지는데 바뀌는 것은 없고 본연의 업무는 쌓여만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불·폭설·홍수 등의 자연재해 대응이나 선거 관련 업무에서는 직렬에 상관없이 소속 공무원들이 모두 동원되는 반면에 국가적 재난인 코로나19 관련 지원 업무는 왜 유독 사회복지공무원들이 해야 할 일로 취급을 받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A씨는 과중되는 업무에 휴직을 이유로 업무를 쉬거나 아예 일을 그만두는 동료들이 생겼다며 자신도 동료의 휴직 이후 아직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두가지 업무를 함께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그 역시 "'현장에서 어려운 분들을 돕고 싶다'는 사명감으로 일을 시작했는데 이제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A씨는 과중되는 업무에 휴직을 이유로 업무를 쉬거나 아예 일을 그만두는 동료들이 생겼다며 자신도 동료의 휴직 이후 아직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두가지 업무를 함께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그 역시 "'현장에서 어려운 분들을 돕고 싶다'는 사명감으로 일을 시작했는데 이제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공무원 정모씨(45)는 현장에 있는 직원들이 본연의 업무를 하지 못해 위급한 상황에도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음을 우려했다.
정씨는 "코로나19 업무에 들어가는 행정력이 증가하면서 복지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찾아가는 서비스를 해야 하는데 할 수가 없어서 조마조마한 상황이다. 지금 일에 메여서 할 수가 없으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복지공무원들이 현장에 나가지 못하게 되면 복지 공백에 놓인 취약계층이 극단적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박영용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장은 "기본적으로 정부 18개 부처의 모든 복지업무가 현장 읍·면·동 사회복지공무원들에게 내려온다"라며 소관부처의 복지업무는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보편적 복지업무는 일반행정에서 담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정부가 새로운 지원 사업을 추진할 때 인력 운영 계획도 함께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박 회장은 현장 조직의 공무원들이 직렬을 떠나 함께 일을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같이 바빠야 하는데 4~5명의 사회복지공무원들에게 '너희가 알아서 해'라고 던져놓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의 경우 시급한 재난 업무인 만큼 인식을 전환해 함께 일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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