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전부터 대일(對日) 외교 '시험대'에 올랐단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윤 당선인이 주한일본대사를 만나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한 바로 다음날 일본의 '역사 왜곡' 교과서 파문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28일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일본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한일관계의 경색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선 올바른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한일 양국은 안보와 경제번영 등 여러 협력과제를 공유한 동반자"란 말도 했다.
그러나 이튿날 일본에선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서술을 강제성이 결여된 표현으로 대거 수정·삭제하고, 독도를 일본 땅으로 명기한 고등학교 교과서들이 문부과학성 검정을 통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윤 당선인 측은 허를 찔린 탓인지 지난달 30일엔 이번 일본 교과서 논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못하다가 31일에야 "어떤 역사 왜곡에도 단호히 대처할 것"(김은혜 대변인)이라고 밝혔다.
오는 5월10일 윤 당선인이 대통령직에 공식 취임하기 전에도 한일 간엔 이와 유사한 논란이 불거질 만한 계기가 여럿 있다.
당장 4월엔 일본의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靖國) 신사에서 춘계 예대제(제사)가 열려 현지 보수 우익 정치인들의 집단참배가 예상된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신사에 공물을 낼 가능성이 크다.
또 일본 정부의 2022년판 외교청서 발간도 4월 중으로 예정돼 있다. 외교청서에도 '독도는 일본 땅'이란 등의 억지 주장이 실릴 게 분명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윤 당선인 취임식에 맞춰 일본 정부가 경축사절을 파견하더라도 국민 정서상 환영받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양국관계 개선에 대한 얘기는 더 더욱 주고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도 "향후 예정된 일본 내 일정을 감안할 때 한일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일이 거의 없다"며 "역사문제는 한일 모두 정권이 바뀐다고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조 센터장은 "'올바른 역사인식'은 한일관계에서 늘 갖고 가야 하는 상수"라며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윤 당선인이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적극적으로 얘기하는 만큼 일본도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는 7월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기시다 총리와 집권 자민당(자유민주당)으로선 보수 표심을 의식해서라도 "자의반 타의반 '우경화'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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