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전선이 우크라이나 인접국 몰도바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이 같은 우려는 러시아군 장성이 "(몰도바 내 친러 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로 가는 길을 만들겠다"고 언급하면서 더 커졌다.
지난달 22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군 중부군관구 부사령관인 루스탐 민네카예프 소장은 "군사작전의 과제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 돈바스와 남부 지역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이라며 "이 경우 크름(크림)반도에서 돈바스로의 육로 확보와 트란스니스트리아로 가는 진입로를 확보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해당 발언 직후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는 연일 의문의 폭발 사고가 보고됐다.
몰도바와 러시아는 트란스니스트리아의 지위를 두고 분쟁을 겪고 있다. 몰도바는 트란스니스트리아를 자국 영토로 취급하지만 러시아는 트란스니스트리아에 자국 병력을 주둔시켰다.
머니S는 정확한 사실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23~24일 몰도바 여당(행동연대당) 국회의원인 미하이 폽소이(Mihai Popsoi) 원내부대변인과 비대면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폽소이 의원은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면 다음 차례는 몰도바"라며 "전 세계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고 밝혔다.
"의문의 폭발, 친러지역 내 일부 강경파 소행 추정"
- 몰도바 내 친러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의문의 폭발이 연일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 모습과 비슷하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트란스니스트리아 폭발 직후 긴장이 한층 고조된 것은 사실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아직 러시아군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성공리에 러시아군을 격퇴시킨 점이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에 실패해 러시아군이 몰도바 앞까지 진격했다면 상황은 다르게 전개됐을 것이다. 다행히 우크라이나 내 친러지역인 돈바스와 몰도바 내 친러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 방금 '러시아군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트란스니스트리아 내 폭발들이 러시아 소행이 아니라는 것인가.
▶트란스니스트리아 내 일부 강경파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 폭발들이 러시아군 부사령관의 발언 직후 발생하지 않았나. 아마 해당 사건은 일부 친러 강경파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충성'하기 위해 벌였을 가능성이 높다. 즉, 러시아 부사령관의 트란스니스트리아 관련 발언이 '실현'되는 것을 '돕기' 위해 일종의 갈등을 촉발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해당 지역에는 러시아 병력 외에도 다수의 러시아인들이 거주 중이라는 점에서 여러 변수가 있다. 러시아 크렘린궁의 직·간접적인 지시가 있었을 수도 있다.
-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의 친러 지역들은 서로 차이가 있다'고 언급했는데 구체적으로 뭐가 다른가.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돈바스와 두 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먼저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돈바스와 달리 러시아와 국경선을 공유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트란스니스트리아 내 고위 관료를 자처하는 이들은 사실 대부분 친서방, 즉 친EU 성향을 띈다. 이들의 투자자산은 대부분 EU에 있다. 다음달 EU 정상회의에서 우리가 성공리에 EU 후보국 지위를 부여받기를 기대하는 이유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구 접근이 제한된 트란스니스트리아를 위해 물자를 공급하고 있다. 트란스니스트리아 물류를 사실상 장악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 트란스니스트리아의 부호인 빅토르 구산(Victor Gusan)이 사실상 지역 내 모든 경제활동을 통제한다는 관측도 있다. 구산의 성향이 상당히 중요할 것 같다. 몰도바 국회는 구산과 소통창구를 구축했나.
▶맞다. 구산은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의 자산도 다른 트란스니스트리아 고위 관계자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독일에 있다. 이처럼 트란스니스트리아 핵심 인물들은 EU 등 친서방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실 이들도 EU 가입이 자신들에게 큰 이익을 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아직 구산과 몰도바 국회와의 공식 소통채널은 없다.
- 하지만 일각에서는 트란스니스트리아가 러시아로부터 헐값에 가스를 매입한다는 점에서 친러 행보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러시아 가스와 관련해서는 사실 우리도 고민이 깊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러시아로부터 값싼 가격에 가스를 매입해 전기를 생산한다. 우리(몰도바)는 해당 전기를 구매한다. 특히 몰도바는 러시아 가스 의존율이 여전히 100%다. 몰도바 국영 가스기업 '몰도바가즈'의 최대주주(51%)도 여전히 러시아 국영기업 '가즈프롬'이다. 21세기에 이런 야만적인 전쟁을 목도하면서도 러시아 가스에 기대야 한다는 점이 슬프다. 하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과 국내 인플레이션 등이 겹치며 상황이 어렵다. 물론 우리는 다른 에너지 공급처를 찾고 있다. 전기 대체 수입국으로는 루마니아가 유력하다.
- EU 정상회의까지 한달 정도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몰도바 본토와 트란스니스트리아 모두 러시아 에너지 의존율이 큰 상황에서 묘책이 필요해 보이는데.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우리가 대러 무역 의존율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갔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 최대 교역 상대는 EU다. 반면 러시아는 몰도바 수출 시장의 8~9%에 불과하다. 우리는 과거 EU 가입국이나 다름없다. 몰도바는 EU 회원국인 루마니아와 하나의 국가였다. 우리는 지금도 같은 언어, 문화, 역사를 향유한다. 우리는 EU 가입을 통해 몰도바가 정치적·경제적으로 '불가역적인 유럽화'가 되기를 희망한다.
"NATO 가입 계획 없다"
- 중립국인 몰도바의 정치적·경제적 '불가역적인 유럽화'라는 표현이 흥미롭다. EU 가입이 친서방 노선 가속화를 의미한다면 앞으로 대러 정책이나 대 트란스니스트리아 정책에도 변화를 예고하는 것인가.
▶몰도바는 이미 유럽의 가치인 민주주의와 인권의 보편화 등을 내세우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에너지 문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도 EU 가입을 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지난 2012~2013년 우리는 EU와 정치·경제협력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중이었다. 그런 와중에 트란스니스트리아 관계자들이 급히 협상장으로 달려와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로비에 적극 나섰다. 친러 색채가 강한 트란스니스트리아도 경제적으로는 EU를 중시한다는 것이 이미 10년전에 증명된 것이다.
- 지난 2014년 몰도바-EU 정치·경제협력협정 체결 당시 몰도바가 본격 탈 러시아 행보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바로 이듬해인 2015년 당시 몰도바 총리가 "솔직히 트란스니스트리아를 통합할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되풀이해 러시아와의 관계를 중시한다는 관측도 잇따라 제기됐다.
▶당시 총리의 해당 발언이 특별히 러시아를 의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트란스니스트리아 문제는 30년 동안 해결되지 않았다. 지금도 해결책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 물론 러시아는 우리에게 항상 큰 이슈였다.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이 모든 것을 증명하지 않는가. 중요한 것은 트란스니스트리아가 지난 2005년 몰도바 국회가 제안한 '자치권'을 하루빨리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몰도바 남쪽에는 가가우지아라는 자치구가 있다. 가가우지아가 트란스니스트리아의 미래가 될 수 있다.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핀란드와 스웨덴은 중립국 지위를 포기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신청을 공식화했다. 몰도바도 NATO 가입을 검토하는지 궁금하다.
▶국회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NATO 가입 신청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미래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현재 우리는 중립국으로서 남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8년 NATO는 가입을 희망한 우크라이나와 조지아를 거절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NATO의 판단미스라는 것이 이번 전쟁으로 여실히 증명됐다. 우크라이나가 NATO 가입국이었다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 몰도바도 그런 점에서 NATO 가입을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국민의 지지만 뒷받침된다면 '중립국'으로 명시된 헌법 조항은 나중에라도 개헌하면 되지 않겠는가. 핀란드도 헌법상 아직 중립국이다.
▶NATO 가입을 희망하는 국민이 전체의 25~30%에 불과하다. 우리는 지난 1994년에 '중립국' 지위를 헌법에 명시했다. 당시 국회에서는 러시아군을 국경 밖으로 몰아내기 위해 중립국을 택했다. 물론 트란스니스트리아에는 아직 러시아 병력이 주둔 중이지만 앞서 러시아는 몰도바에서 병력 철수를 약속했고 이를 언젠가는 지킬 것으로 희망한다. 몰도바는 단 한 번도 중립국으로서 의무를 저버리지 않았다. 우리가 NATO 가입을 희망한다고 가정해보자. NATO가 우리를 받아들이겠는가. 핀란드 국민의 70% 이상이 NATO 가입을 희망할 수 있는 배경에는 NATO로부터 환영받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상황과는 다르다.
- NATO가 받아준다면 가입을 신청할 것인가.
▶몰도바 국민의 25~30%만이 NATO 가입을 희망한다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하겠다. 재차 강조하지만 몰도바 국회는 현재 NATO 가입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 마지막으로 전 세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 등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게 청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비단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만의 갈등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다음 타깃은 몰도바가 될 수도 있고 발틱 3국(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이 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을 넘어 전 세계 민주진영을 위해 싸우는 중이다. 함께 연합해 푸틴의 잔혹한 행보를 저지해야 한다. 과거 소련 붕괴에 분노한 푸틴은 21세기 오늘날에도 제국 건설의 야망을 불태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