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증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며 국내 원전 시공사들의 사업 기회가 확대될 전망이다. AI 데이터센터는 1초도 끊기지 않는 안정된 전력을 필요로 해 빅테크 기업들은 대형 원전뿐 아니라 소형모듈원전(SMR)을 주요 전력원으로 주목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AI 데이터센터의 수요 증가로 주요 전력원을 공급하는 원전 시공사들이 글로벌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대표 원전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원전 종주국인 미국 기업들과 향후 수주를 목표로 한 사업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미국 테라파워(TerraPower)와 손잡고 소듐냉각고속로(SFR·Sodium-cooled Fast Reactor) 기반 나트륨(Natrium) 원전사업의 수행을 위한 기본협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목표로 미국 와이오밍주에 나트륨 원전 최초 호기를 건설중이다. 인스타그램과 스레드를 운영하는 메타(Meta) 등 빅테크 기업과도 계약을 완료했다. 테라파워의 나트륨은 안전성과 발전 효율이 높고 기존 원자로 대비 핵 폐기물이 적어 AI 시대에 유연성을 갖춘 무탄소 전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향후 테라파워가 계획한 나트륨 원전 최대 8기에 대해 설계·조달·시공(EPC) 파트너사로서의 권한을 확보했다"면서 "추가 프로젝트에서 협력을 확대할 가능성에 대해 의견 교환을 이뤘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미국 에너지 기업과 텍사스주 복합에너지캠퍼스 내 대형 원전 건설을 위한 기본설계(FEED) 용역도 추진하고 있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왼쪽)가 테라파워 빌 게이츠 이사회 의장과 지난 14일 면담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현대건설 제공


대우건설, 글로벌인프라본부 신설…유럽 등 원전 정조준

대우건설은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기술·두산에너빌리티 등과 팀코리아를 이뤄 체코 두코바니 원전 EPC 본계약을 완료했다. 두코바니 원전 1·2기의 예상 사업비는 각각 12조원, 24조원이다.

대우건설은 올 초 해외 영업과 원자력 사업을 통합해 '글로벌인프라본부'를 새로 설립했다. 최근 총수 일가인 김보현 전 대표이사 사장이 물러나고 대우건설 출신의 이강석 신임 대표가 취임하며 글로벌 수주 영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국내 최초 원전 수출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프로젝트(2009년 수주)에 함께 참여했다. 글로벌 원전 사업은 수십조원의 자금이 투입되고 수십년간 외교 관계가 얽히는 프로젝트인 만큼 다양한 리스크도 안고 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 경쟁에서 탈락한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EDF(Électricité de France)는 발주국 법원에 가처분 신청이나 행정 소송 등을 제기하며 본계약을 지연시켰다. 이후 상급 법원의 가처분 취소 결정으로 최종 본계약이 성사됐으나 법적 리스크가 사업을 긴장시킨 대표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증가가 원전 기업들의 글로벌 영토를 넓혀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다만 지속되는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과 원자재 가격 상승은 원전 건설 비용을 높이고 원천 기술 보유사인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도 독자 수출을 막는 리스크"라고 말했다. 웨스팅하우스는 국내 건설사가 해외 원전 수주 시 컨소시엄 투자나 기자재 구매, 로열티 배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원전 1기 수출당 기술사용료 240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