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 사옥. / 사진=뉴스1 임세영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삼성·현대차도 勞風에 흔들… 재계 '하투' 먹구름
②尹정부, 친기업 드라이브… 노조 파업 대응기조 바뀔까
③대기업發 임금 인플레, 중소기업과 양극화 확대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임금인상 요구가 거세지면서 중소기업과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중소기업 기피현상이 만연한 상황에서 대기업 임금 인플레로 인한 소득 격차가 확대될 경우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고착화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영계는 격차 해소를 위해 대기업의 임금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기업은 인력 유출 등을 막으려면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어서 악순환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9% 인상도 부족"… 대기업 임금인상 잇따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대기업은 10%에 가까운 임금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올해 전 사원들의 평균 임금 인상률을 9%로 확정했다. 기본인상률 5%에 성과인상률 평균 4%다. 최근 10년 내 최대 인상률이었던 지난해 7.5%보다 1.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번 합의로 직원에 따라 최대 16.5%까지 임금이 오른다. 대졸 신입사원 첫해 연봉의 경우 5150만원 수준으로 높아졌다.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부문 계열사들도 삼성전자 수준에 맞춰 9%의 임금인상률을 단행했다.

LG전자를 비롯한 LG그룹 계열사들도 올해 임금 인상률을 8~10%대로 확정했다. 카카오도 평균 15%의 임금인상(전체 연봉 재원 기준)을 확정했고 네이버 노사도 평균 10% 임금인상에 합의했다. SK하이닉스도 8~9% 수준의 인상률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임금협상에 돌입한 현대차그룹 노조도 높은 임금인상률과 성과급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노조는 이 같은 고율의 임금 인상도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장기화 여파 속에서도 회사가 좋은 실적을 거둔 상황에서 직원들에게 그만큼의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기업이 잇따라 고율의 임금인상을 단행하면서 중소기업과의 임금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통계청이 지난 2월 발표한 '2020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보수) 결과'에 따르면 기업규모별 평균소득은 대기업 529만원, 중소기업 259만원으로 2.04배 차이가 났다.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임금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대기업이 924만8000원, 중소기업은 382만2000원으로 각각 집계돼 격차가 2.42배로 증가했다.


대기업 vs 중소기업 격차 확대… 주요국보다 더 커

한국의 대기업-중소기업 임금 격차는 해외 주요국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한·일·유럽연합(EU)의 대·중소기업 임금 상대적 수준을 비교(대기업 임금 100 가정 시 중소기업 임금)한 결과에 따르면 EU(15개국 평균) 75.7, 일본 68.3, 한국 59.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2002년 한국 70.4, 일본 64.2, EU 74.7 등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격차가 더욱 확대된 것이다.

대기업의 임금 인상률도 주요국 대비 높다. 경총이 2002~2018년 한·일·EU 주요국의 기업규모별 임금인상률을 분석한 결과 2002년 대비 2018년 한국 대기업의 임금 인상률은 120.7%(228만4000원→504만2000원)로 EU 대기업 37.3%(2593유로→3562유로)와 일본 대기업 -5.1%(483만8000엔→459만엔) 등보다 월등히 높았다.

중소기업은 가뜩이나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대기업의 임금이 높은 수준으로 오르면 인력유출과 중소기업 기피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한다. 서울 영등포 인근에서 스테인리스 공장을 운영하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소규모 공장이어서 직원이 많지 않은데 이마저도 임금을 이유로 그만둘지 몰라 걱정된다"며 "대기업처럼 임금을 크게 올려주고 싶어도 경영 여건상 쉽지 않다"고 푸념했다.

경영계는 고임금 대기업의 임금 안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노동시장 양극화가 더욱 심각해진 상황임에도 대기업 노조는 높은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연공형 임금체계와 노조 프리미엄의 영향으로 생산성을 초과하는 대기업의 높은 임금인상이 누적된 상황에서 지불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현재의 임금격차를 줄이는 것은 실현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고임금 대기업의 임금안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경총은 지난 4월 대기업에 올해 임금 인상을 최소한의 수준으로 해달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대기업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진 상황에서 임금 등의 처우에 따라 쉽게 이직을 결정하는 직원들이 많다"며 "인력유출을 막으려면 경쟁사들의 임금 인상률과 동일한 수준에서 임금과 복지 수준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