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나이만을 이유로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가 무표하다고 판단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불러올 고용 불안에 대한 파급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 26일 대법원은 일정 연령 이상 직원의 임금을 일률적으로 깎는 임금피크제가 현행법에 위반된다고 판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임금피크제의 본질과 법의 취지 및 산업계에 미칠 영향 등을 도외시한 판결"이라며 "향후 고령자의 고용 불안을 야기하고 청년 구직자의 일자리 기회 감소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 노조들도 이미 올해 임금 협상에서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재계에서는 임금피크제 무효화로 고액 연봉 수령자가 늘어나면 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신규 채용은 물론 계약직의 연장이나 전환도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기업이 비용 부담을 느끼면 가장 손쉽게 손댈 수 있는 것이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내보낼 수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다.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이후 직장에서 퇴직을 강요받은 비정규직은 10.1%로 정규직(1.5%)보다 6.7배 높았다.
사회초년생의 경우 비정규직의 비중이 높아 이러한 실직 위험에 더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년 사회 첫 출발 실태 및 정책방안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만 18∼34세 청년 2041명을 대상으로 일자리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취업 후 첫 일자리를 가진 임금근로자의 33.4%는 비정규직으로 나타났다.
임금피크제는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장년 인구의 활용과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도입됐다. 임금피크제로 노동자는 정년을 늦춰 안정적인 노후생활 기반을 마련하고, 기업은 감축한 임금을 신규 인력 채용 및 투자에 활용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대적으로 한국보다 고령화가 일찍 시작된 일본은 1980년대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같이 호봉제를 도입하고 있어 임금피크제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해외의 경우 스웨덴 등 유럽의 10여개 국가에서 은퇴를 앞둔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단계적으로 줄여 퇴직 이후의 삶을 준비할 수 있게 했다.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으로 줄어든 임금을 보전해주어 기업의 부담도 줄였다.
김종석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는 "정년이 연장된 상태에서 임금피크제를 무력화하면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 당국이 이번 판결로 발생할 혼란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