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배 HMM 사장이 지난 1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2026년까지 '15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김창성 기자

"최근 주가가 주주들 기대에 못 미치고 있지만 튼튼하고 건강한 회사를 만들면 자연스레 회복한다."

김경배 HMM 사장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취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6년까지 15조원을 투자한다는 중장기 사업 전략을 발표하며 이 같이 말했다. 그동안 미진했던 전략을 다듬고 착실하게 기반을 다진다면 주가 회복은 자연스레 따라온다는 게 김 사장의 진단이다. 이날 김 사장이 내놓은 전략은 크게 5가지다.

저탄소 선박 확보·디지털 경쟁력 강화

김 사장의 구체적인 실행전략은 ▲컨테이너선 및 벌크선 사업전략 ▲환경규제 변화에 따른 환경 대응전략 ▲디지털 가속화 대응을 위한 디지털 전략 ▲경쟁력 제고를 위한 조직역량 강화 전략 ▲사업전략 기반 투자 및 재무전략 등이다.


김 사장은 선도 해운사로서의 역량 강화를 위해 '2026년까지 120만TEU의 친환경 선대를 확보한다. 핵심지역 터미널 등 물류 인프라를 확보해 수익기반을 강화하고 추가 노선 확대 등 서비스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컨테이너와 벌크 사업의 균형 성장을 추진하기 위해 현재 29척인 벌크 사업도 '2026년 55척으로 90% 확장한다.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환경 친화적 물류 서비스를 강화한다. 이미 저유황유 대체, 스크러버 설치 등 보유 선박에 대한 단기적인 대응을 완료한 데 이어 앞으로는 LNG선 및 친환경 연료 기반의 선박 확보에 주력한다. 장기적으로 국내 친환경 연료 개발을 선도하기 위해 대체연료 관련 협의체도 구성할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 인공지능(AI) 운임 솔루션 적용을 비롯해 내륙운송까지 연계한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디지털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전담조직도 구축한다.
김경배 HMM 사장이 지난 1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2026년까지 '15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는 전략을 내놨다. /사진=HMM

사업별 주요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화주 관리체계 강화, 세일즈 조직 전문성 제고, 해상직원 양성 등 내부 역량을 대폭 강화하고 미래전략사업 투자를 지속 검토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영역 확장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김 사장은 미래 생존을 위한 이 같은 전략에 오는 2026년까지 5년 동안 15조원 이상 투자할 방침이다. 선박·터미널·물류시설 등 핵심자산에 10조원, 선사·친환경 연료·종합물류 등 사업 다각화를 위한 미래전략사업에는 5조원을 투자한다. e-플랫폼 구축·전사회계관리(ERP) 고도화 등에는 1500억원을 집행한다.

미래전략사업 투자를 지속 검토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영역 확장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김 사장은 친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화해 글로벌 공동체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역할을 다하겠다는 각오도 드러냈다. 이를 위해 ESG전략 실행을 위한 전담조직을 신설해 2025년까지 ESG 각 분야별 목표를 본격 추진키로 했다.

지지부진 주가… 중장기 전략 걸림돌 될까

지난 3월 말 선임돼 취임 100일을 맞은 김 사장은 "난 해운 전문가가 아니다"라고 자세를 낮췄다. 그는 "현대글로비스에 있다가 HMM으로 오면서 걱정을 많이 했지만 막상 와보니 회사에 많은 전문 스텝이 포진해 있고 걱정 안 해도 될 만큼 잘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내가 할 일은 후배들에게 좋은 회사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더 좋은 인력을 양성해 회사의 독립 전략을 짜고 지속가능한 회사의 기틀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김경배 HMM 사장이 지난 1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2026년까지 '15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지속가능한 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사진은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던 정준(왼쪽부터) HMM 벌크사업총괄, 최윤성 HMM 전략·재무총괄, 김경배 HMM 사장, 박진기 HMM 총괄부사장, 김신 HMM 컨테이너사업총괄. /사진=김창성 기자

김 사장은 최근 HMM의 3대 주주에 올라 화제가 된 SM그룹의 대규모 지분 매입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김 사장은 "SM그룹이 최근 6.17%의 지분을 확보하며 3대주주로 올라섰지만 특별한 목적을 갖고 있다고 보진 않는다"며 "회사에도 공식적으로 단순투자라고 밝혔고 아직 협업 등 특별한 프로젝트 요청을 해온 바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역시 단순 투자라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투자자로서 투자가 잘 진행될 수 있는 부분에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영화에 대한 질문에도 답했다. 그는 "민영화 시기나 방법은 대주주와 아직 얘기한 바 없다"며 "민영화 여부와 관계없이 지속가능한 회사를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15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인 만큼 자금 조달 역시 큰 관심사다. 이에 대하 김 사장은 "지난 1분기 실적 공시를 보면 알겠지만 현금 유동성이 많은 상황"이라며 "앞으로 시장 환경을 살피고 재무 여건에 따라 자기자본 투입분을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 사장이 15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며 미래 도약 비전을 제시했지만 최근의 주가 흐름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높다. 그 역시 주주가치 제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날 제시한 대규모 투자 계획이 주가 회복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됐지만 김 사장은 조급하지 않은 모습이다. 김 사장은 "HMM 주가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지만 우리 사업보다는 글로벌 이슈가 많이 겹친 탓이 있다"며 "당장 어떻게 하겠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번 전략을 바탕으로)튼튼하고 건강한 회사를 만들면 주가는 자연스레 회복돼 주주가치가 제고될 것"이라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