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디폴트 옵션' 도입됐다는데… 달라진 점은
②불붙은 TDF 경쟁… 자산운용사 생존전략은?
③막 오른 디폴트옵션 시대… 미국·호주 등 해외 사례는
②불붙은 TDF 경쟁… 자산운용사 생존전략은?
③막 오른 디폴트옵션 시대… 미국·호주 등 해외 사례는
금투업계의 오랜 숙원 사업이던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7월12일부터 시행됐다. 정부는 관련 상품 심의와 퇴직연금 규약 반영, 기업과 근로자의 디폴트옵션 선택 등의 절차를 마무리한 뒤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디폴트옵션을 운영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디폴트옵션의 도입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퇴직연금이 '연금'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와 함께 향후 수익률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원리금 보장상품 쏠림 현상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보고 있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된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월부터 본격 운영… 디폴트 옵션이 뭐길래
디폴트옵션이란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제도로 퇴직연금 가입자가 본인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선택한 운용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지시를 하지 않거나 디폴트옵션으로 운용을 원할 경우 발동된다.
디폴트옵션은 장기투자에 적합한 펀드 상품과 원리금 보장상품 등으로 구성된다. 구체적으로는 원리금 보장 상품을 포함해 ▲TDF(타깃데이트펀드) ▲BF(밸런스펀드) ▲SVF(스테이블밸류펀드) ▲SOC(사회간접자본펀드) 등이 담길 예정이다.
근로자 입장에서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달라지는 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퇴직연금사업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승인받은 디폴트옵션 상품군에 대한 주요 정보를 근로자에게 제시한다. 근로자는 제시받은 디폴트옵션 상품 중 하나의 상품을 고르게 된다. 이후에는 신규 가입 혹은 4주간 운용지시가 없으면 디폴트옵션 운용을 통지하고 이후 2주가 지나면 디폴트옵션이 적용된다.
다만 디폴트옵션 가입 자체는 의무화됐지만 개인이 선택을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할 법안은 없는 상태다. 즉 기존 상품의 만기일로부터 6주에 걸쳐 가입자에게 운용방법을 선택하도록 하는데 퇴직 등을 앞두고 있어 변경이 불필요한 가입자는 디폴트옵션 적용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투자성 상품 운용 한도(위험자산 한도)가 100%로 확대됐다. 현행 퇴직연금 감독규정에는 주식 등과 같은 위험자산 한도를 70%까지만 하도록 명시돼 있다. 하지만 디폴트옵션 도입을 통해 적립금의 100%까지 투자가 가능해졌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10월 중 첫 번째 상품심의위원회를 거쳐 승인된 상품을 공시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은 디폴트옵션의 적립 금액, 운용 현황, 수익률 등을 홈페이지에 분기별로 1회 이상 공시하게 된다. 가입자의 선택권 보장과 사업자 간의 경쟁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가입자의 선택권 보장과 사업자 간 경쟁 제고 등을 위해 디폴트옵션의 운용 현황 및 수익률 등을 향후 분기별로 고용노동부 누리집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탈을 통해 공시할 예정"이라며 "이외에도 디폴트옵션을 3년에 1회 이상 정기 평가해 승인 지속 여부를 심의하는 등 상품에 대한 모니터링 및 관리에도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갈길 멀다"… 디폴트옵션, 남은 과제는
정부는 디폴트옵션 도입을 통해 연평균 1~2%의 '쥐꼬리 수익률'이란 오명을 벗고 퇴직연금 수익률을 최대 5~7%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일찌감치 디폴트옵션을 도입한 미국, 영국, 호주 등의 선진국에서는 연평균 6~8%의 안정적인 수익률 성과를 내고 있다.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디폴트옵션 상품에 원리금 보장상품이 다시 포함된 점을 문제점으로 제기한다. 디폴트옵션을 도입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낮은 수익률을 극복하기 위해서인데 적격 상품에 원금형 상품이 다시 포함되면서 획기적인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동안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저금리 환경에서 원리금 보장상품 위주로 자산운용이 이뤄져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가입자의 운용방식 선택에 '원리금 보장상품 100%' 방식도 포함되면서 기존의 퇴직연금 제도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원리금 보장으로 쏠려있는 운영 구조에서 위험자산 편입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디폴트옵션에서 여러 상품 중 한 가지 상품을 선택할 여유가 없는 가입자의 경우 계속해서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남아 있을 확률이 높다"며 "기존에도 운용 방법을 정하지 못해 원리금 보장상품을 택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디폴트옵션이 도입된 뒤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달리 면책 조항이 없어 결국 근로자가 여러 개의 디폴트옵션 상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국내에 도입된 제도는 퇴직연금사업자가 제시한 여러 개의 디폴트옵션 상품을 기업이 모두 선택한 뒤 근로자에게 최종 선택지를 제공하는 이른바 '선택형 디폴트옵션'이다. 미국은 디폴트옵션 상품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돼도 기업의 책임을 면해주지만 우리나라는 기업의 면책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즉 가입자에게 투자 상품을 최종적으로 선택하게 하는 탓에 투자 선택에 어려움을 가진 이들의 의사 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디폴트옵션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남 실장은 "원래대로라면 DC(확정기여)형 근로자가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잘 굴러가야 하는데 국내에 도입된 것은 '선택형 디폴트 옵션'으로 개인이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 구조"라며 "제도 자체가 연금 운용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별도의 선택 없이 자동으로 연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인데 근로자들한테 다시 선택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아직은 반쪽짜리 제도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폴트옵션의 도입 의의를 살리기 위해서는 근로자들이 처음부터 상품을 잘 선택하는 방법밖에는 없다"며 "다양한 상품 속 현명한 투자를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시장에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