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휴대용 해시계가 고국의 품에 안겼다.
지난 18일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구한말 제작된 구형의 소형 해시계 '일영원구'를 지난 3월 미국의 한 경매에서 낙찰받아 국내로 들여왔다고 밝혔다. 일영원구는 조선 후기 둥근 모양의 독특한 형태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형태의 해시계다.
해당 시계의 국외 반출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지난 1940년대 이를 소장하던 주일미군 장교가 사망한 후 한 수집가가 유족으로부터 사들였고 다시 경매에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언론에 공개된 일영원구는 높이 23.8㎝, 지름 11.2㎝의 소형으로, 편하게 휴대하도록 제작됐다. 반구 모양의 앙부일구와 달리 2개의 반구가 맞물렸다. 해시계의 위쪽은 고정됐고 아래쪽은 좌우로 움직인다. 얼핏 보면 작은 지구본과 비슷하다.
이용삼 충북대 명예교수는 "당시 고위직이 개인적으로 휴대하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에 통신사를 다녀왔고 국왕을 호위하던 무관 상직현이란 제작자가 개항 시기에 언제든지 활용 가능하도록 제작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문화재청은 일영원구가 국내에서 최초로 확인된 구형 휴대용 해시계라는 점과 전통 과학기술의 계승·발전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점, 명문과 낙관을 통해 제작자와 제작 시기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과학사적 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전문가에 따르면 일영원구를 사용하려면 먼저 추를 달아 늘어뜨린 다림줄로 수평을 맞춘다. 이후 나침반으로 방위를 측정해 북쪽을 향하게 하고 위도를 조정한다. 횡량과 태양이 일직선이 되면 그림자가 홈 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식으로 시각을 확인한다.
이 교수는 "회전축이 지구 자전축과 일치하도록 조정하면 남반구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십이지에 맞춰) 시패는 디지털 방식, 그림자로 시각을 측정하는 것은 아날로그인데 소형이면서도 이를 모두 볼 수 있어 흥미롭다"고 전했다. 한쪽 반구에 십이지 표시와 96칸의 세로선이 있는데 이는 조선 시각 표기법인 12시 96각을 따른 것이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지난 18일 언론공개회에서 "이번에 들여온 일영원구는 지금까지 학계에 알려진 바 없는 희귀한 유물로 평가된다"며 "독창적인 작동 원리로 시각을 측정하는 구형 모양의 휴대용 해시계"라고 소개했다. 이어 "높은 문화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앞으로 한국 시계사를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19일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을 통해 일영원구를 대중에 공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