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향후 물가 상승률이 심화하면 추가 빅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발언을 시사했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발언하는 모습./사진=임한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향후 추가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과 관련해 "데이터에 기반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이는 물가 상승률이 심화하면 추가 빅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발언으로 읽힌다.

이창용 총재는 29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미팅)에 참석해 블룸버그 TV와 인터뷰에서 "대외 불확실성 등으로 향후 통화정책은 데이터에 기반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계속 5%를 넘어서면 한국은행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같이 물가안정에 우선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6%대에 달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앞으로 더 오르면 추가 빅스텝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7월 한국의 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6.3%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앞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25%에서 지난 25일 2.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당시 이 총재는 당분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밝혔지만 인플레이션이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갈 경우 물가상승을 억누르기 위해 금리를 대폭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앞으로 ▲10월 11일 ▲11월 24일 등 앞으로 2차례 남아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이 총재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는 금리 역전현상과 관련해 "한미 금리 격차가 주요 정책목표는 아니지만 미국 정책금리가 높아질수록 원화는 평가절하되며 이는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다만 한·미 정책금리 폭이 지나치게 크게 벌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연준의 고강도 통화 긴축 정책에 따라 최근 원/달러 환율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50원을 돌파하며 13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한은은 특정 환율 수준을 목표로 정하고 있지 않으며 시장 수급에 따라 환율이 정해지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