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지 1000일을 돌파했다. 2년9개월 동안 국민 절반가량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국민 80% 이상은 한 번 이상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 지난 11일 광주 북구 관내 한 의료기관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사진=뉴시스 DB

▶기사 게재 순서
①어벤져스 동원한 화이자 "돈 내고 백신 맞아라"
②엔데믹인데 백신·치료제 언제 다 팔지?
③한때는 구원투수, 개발된 백신·치료제 운명은?


2020년 1월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이래 1000일이 지났다. 2년 9개월 동안 국민의 절반가량인 2500만명이 감염됐다. 전체 인구의 80% 이상은 한 번 이상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 대규모 조사에서 국민 97% 이상이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방역당국은 심각한 전파력을 가진 새로운 변이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번 겨울이 코로나19 종식의 마지막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가까워지는 엔데믹… 감소하는 백신·치료제 수요

엔데믹서 백신·치료제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519만4177명이다. 통계청이 추계한 올해 국내 인구(5162만8117명)의 48.70%다. 코로나19 치명률은 2020년 5월7일 2.37%까지 도달했으나 최근엔 0.11%까지 떨어졌다. 이에 코로나19에 대한 위기감과 국민적 관심도 옅어져 가고 있다.


백신 접종률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19일 0시 기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은 87.9%다. 2차 87.1%, 3차 65.6%, 4차 14.6%로 접종 차수가 올라갈수록 낮아진다. 최근 시작된 동절기 개량백신 접종률은 0.6%에 그치고 있다.

방역당국은 이번 겨울 7차 유행이 유력하다며 백신 접종을 강조하고 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장(한림대 의대 교수)은 지난 17일 "백신에 의한 인공면역은 4개월, 감염에 의한 자연면역은 6개월 지속된다고 가정했을 때 12월에 1300만명 정도만 면역을 보유하고 나머지 3800만명은 방어 능력이 없거나 떨어질 것이다"며 "면역력이 크게 떨어지는 12월 정도에 본격적으로 재유행이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하위 변이(BA.4·BA.5)에 대응하기 위한 개량백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7일 화이자의 BA.4·BA.5 대응 개량백신에 대해 긴급사용승인을 결정했다. BA.4·BA·5에 대응하는 백신이 국내에서 승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승인으로 겨울철 접종 가능한 개량백신은 총 4개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이 고위험군이나 희망자에 한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기석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장(왼쪽)과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사진=뉴스1 DB

백신 대규모 접종 전략은 불필요… "치료제는 제 역할"

정부와 당국이 계속해서 백신 접종을 강조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제 백신 접종은 고위험군이나 희망자에 한해 접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많은 국민들이 감염이나 백신 접종을 통해 면역을 획득한 만큼 이제 대규모의 접종 전략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이번 겨울 재유행을 잘 극복하면 기존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접종은 필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올해는 독감과 코로나19 동시 유행(트윈데믹) 가능성이 큰 만큼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 접종의 목표는 고위험군의 중증·사망 예방이다. 고위험군에게 백신은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며 "꼭 맞아야 하는 대상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권고하고 나머지 국민에게는 정보를 제공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고위험군 등 접종 1순위 대상자는 백신 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고 본다"며 "코로나19 유행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은 최대한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국민의 대다수가 면역을 획득했고 부작용 우려가 여전한 만큼 백신 접종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면역력 저하를 우려해 백신 접종을 권장 중인데 백신을 계속 맞는 것은 장점보다 단점이 더 클 수 있다"며 "백신 접종 이후 면역 지속에 대한 연구 결과도 부족하다. 반복적인 접종보단 감염 시 조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해서는 백신과 달리 앞으로도 역할을 할 것이란 시각이 있다. 코로나19를 독감처럼 관리하기 위해서는 조기에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치료제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천 교수는 "고위험군을 제외하면 중증 위험이 크지 않은 상황인 만큼 앞으로는 신속한 진료가 중요하다"며 "감기처럼 치료제 처방을 통해 감염 초기에 치료에 나서는 것이 확산 방지에 더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도 "치료제는 앞으로 코로나19를 의료체계 안에서 관리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며 "팍스로비드가 병용 금기 약물이 많아 처방이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효과가 좀 떨어지더라도 라게브리오를 중심 치료제로 사용하면 된다. 일본은 이미 라게브리오를 적극적으로 처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