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체는 괜찮은데 하체 쪽이 많이 눌려서 인대가 파열되고 다리가 엄청 부었어요. 다행히 한 달 이상 치료하면 괜찮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기자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관련 유실물 보관소에 방문한 시각은 오전 11시5분쯤. 보관소 밖은 취재하려는 기자와 통제하는 경찰 등으로 다소 소란스러웠다. 인터뷰를 거부한 채 어머니와 보관소를 빠져나온 20대 여성은 당시 상황이 기억나는 듯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흘렸다.
사고가 일어나던 날 아내(여·35)와 함께 이태원에 방문했다는 김모씨(남·28)씨는 "갑자기 사람들한테 밀려서 깔렸다"며 "사람들이 누워서 쌓인 쪽보다는 난간 끝 쪽에 위치해 운이 좋았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뒤에서 '사람이 죽었어' 이런 얘기가 많이 들렸다"며 "제발 뒤로 가달라는 말을 많이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김씨는 "(사고가 난) 골목에 도착했을 당시 위협을 느꼈다기보다 사람이 많아 신기했고 그렇게 무섭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삼거리에서 사람들이 서로 맞닥뜨렸을 때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시작되니까 '우리가 밀어서 먼저 가자'라는 소리가 들렸다"며 "밀리다 보니까 가운데(에 있던) 사람들이 넘어지기 시작하면서 쓸려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딸아이의 운동화를 찾으러 왔다는 생존자의 어머니 A씨(여·57)는 "딸아이에게 언제 들어올 건지 물어보려고 밤 11시쯤 전화를 걸었는데 계속 연락이 안 되다가 한참 후에 전화가 왔다"며 "누군가가 딸아이를 도와줘서 아이가 한쪽으로 옮겨졌고 하체 쪽이 많이 눌려 다리를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였다고 하더라"라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A씨의 딸(여·24)은 친한 친구 3명과 핼러윈을 즐기러 이태원에 방문했지만 제일 친한 친구 한 명을 잃었다. A씨는 "그때 딸아이가 옆에 누워서 그 친구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걸 봤다고 한다"며 "그 후 밀려서 안쪽으로 들어갔는데 친구가 안 보였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군가가 딸아이에게 사람이 많아 이러다 압사당할 수 있으니 가지 말라고 말했다고 한다"며 "그런데 딸아이는 작년에도 (이태원에) 갔기 때문에 이렇게 심할 줄 몰랐다고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이태원 참사로 20대 딸을 잃은 어머니 B씨는 "잠도 못자고 너무 힘들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B씨와 함께 유실물센터를 방문한 아들 C씨는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일이 일어나서 안타깝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길 바란다"고 힘겹게 말했다.
유실물센터에는 각종 옷가지와 핼러윈 장신구를 비롯한 가방·모자·립스틱·시계·열쇠·휴대폰·카드지갑·에어팟 등 다양한 유실물로 가득했다. 사고가 발생한 날의 참혹한 흔적이 그대로 담긴 찢긴 옷가지에는 핏자국과 신발자국 등 다양한 얼룩이 묻어 있었다.
20대인 기자는 또래 친구들이 아꼈을 물품들을 뒤로 하고 유실물센터를 걸어 나오면서 자꾸만 울컥하려는 마음을 달랬다. 이번 사고의 희생자들이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