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X그룹 회장의 장남 구형모 부사장이 초고속 승진과 함께 신설 계열사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LX그룹에 상무로 입사한지 1년7개월 만이다. 이를 지켜본 LX그룹 직원들은 허탈해 한다. 경영성과 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는데 대표이사까지 맡았기 때문이다.
14일 LX홀딩스에 따르면 구 부사장은 최근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신설된 LX MDI의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구 부사장은 LX판토스 경영진단/개선담당에서 수평이동한 서동현 상무와 함께 각자 대표이사를 맡는다.
LX MDI는 앞으로 계열사의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경영 컨설팅, 정보통신(IT)·업무 인프라 혁신, 미래 인재 육성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것으로 전해진다. 대·내외 경영 환경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사업 운영 전반에 대한 리스크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업무도 한다.
1987년생으로 올해 만 35세인 구 부사장은 지난해 5월 상무로 LX홀딩스에 입사해 10개월 만인 올해 3월 전무가 됐고 다시 9개월여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다른 대기업 오너 자제들이 한 직급에서 1년 이상 현장 업무를 배우고 성과 창출에 기여해 명분을 쌓은 뒤 정기인사를 통해 단계적으로 승진하는 반면 구 부사장은 상무와 전무로 지낸 기간이 각 1년도 되지 않는다. 정기인사를 거치지 않고 초고속 승진을 할 정도로 이룩한 경영성과와 공로가 대외에 알려진 게 없다. LX그룹도 구 부사장의 승진 배경을 별도로 밝히지 않았다.
재계에선 구 부사장의 초고속 승진은 조속한 경영승계가 목적이라고 본다. 구 부사장의 부친인 구본준 회장이 올해 만 71세로 나이가 적지 않은 만큼 승계 시점이 임박했다는 관측이다. 구 부사장의 지분이 확대된 점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구본준 회장은 지난해 말 보유한 LX홀딩스 주식 1500만주 중 850만주를 구 부사장에게 증여했다. 이를 통해 구 부사장은 LX홀딩스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올해 9월에는 구 부사장이 직접 추가로 주식을 매수해 지분율을 11.92%로 늘렸다.
재계 관계자는 "중책을 맡아 일정부분 성과를 내면 향후 자연스럽게 그룹 총수에 오르는 그림이 예상된다"며 "일반 직원은 임원이 되기까지 수 십년이 걸리지만, 오너 일가이기 때문에 초고속 승진이 가능했을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