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완벽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끊임없는 실수에도 계속 노력하니 결국 배신하지 않았어요."
최선주 국제회의 통역사는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대학 시절 우연한 기회에 통역의 세계를 접했고 현재 국제회의 통역사로 활동하며 한국어와 영어를 넘나드는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유창함 보다는 논리가 살아 있는 통역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말한다.
"난 고고학자가 될거야"… 눈 떠보니 통역사!
최선주 국제회의 통역사는 한·영 통역사로 일한다. 언론사 취재 현장이나 국제포럼 등에서 참석자들에게 한국어를 영어로 전달하고 영어를 한국어로 전달하기 위해 귀를 활짝 열고 펜을 쥔 손은 메모에 여념이 없다.몇 달 전 취재현장에서 만난 최 통역사의 모습도 다르지 않았다. 해외 자동차업체 임원과의 화상 인터뷰 현장에서 그의 발언을 기자들에게 한국어로 전하고 기자들의 질문을 다시 영어로 전달하며 3시간 넘게 쉴 새 없이 통역에 임했다.
통역사를 앞에 두고 유창한 영어에 감명 받았다는 당연한 말을 꺼내자 "저는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라는 겸손한 답변이 돌아왔다.
최 통역사의 어릴 적 꿈은 고고학자였다고 한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막연히 고고학자의 꿈을 키우며 컸지만 막상 대학에 진학하려고 보니 국내에는 고고학을 전공할 만한 마땅한 곳이 없었다고 했다.
최 통역사는 "고고학을 전공할 만한 곳을 찾지 못해 고민 끝에 한국외대 영어학부에 진학했고 3학년 때 영어학·영문학·영어통번역학의 세 가지 전공 중 선택해야 할 갈림길에 섰다"며 "1·2학년 때 통번역학 전공 수업을 조금씩 들으면서 힘들지만 재미를 느꼈던 내 모습을 기억하며 진로를 통역사로 정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꿈보단 현실을 고려한 결정이었지만 막상 해보니 적성에도 맞고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며 "어느새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새로운 꿈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한다.
고단한 프리랜서, 다양성을 접하는 즐거움
재미를 느끼고 적성에도 맞았던 통역사의 길은 현실 앞에서는 늘 고단함 그 자체였다.최 통역사는 대학교 졸업 후 정보기술(IT)기업 현대오토에버의 전속 통역사로 취직해 일반 직장인과 같은 삶을 살았다. 규칙적으로 출·퇴근하고 직장 동료들과 생활하는 일상이 이어졌다. 전속 계약이 종료된 뒤 고민에 빠졌다.
"다시 다른 기업에 몸을 담을지, 프리랜서로 활동할지 고민이 컸는데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는 생각에 프리랜서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새로운 도전에 나섰지만 수입이 일정치 않다 보니 불안이 엄습했다. 매일 출근해서 만나던 직장 동료도 없어 쓸쓸한 마음도 들었다.
그의 마음이 사그라진 건 '다양성'이었다. IT에 관심이 있어 선택했던 첫 직장과 달리 프리랜서로 활동하다 보니 너무도 다양한 업종의 통역을 하게 됐고 매번 새로운 주제를 경험하는 즐거움에 빠졌다.
그는 "처음에는 새로운 주제에 대한 두려움이 컸고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며 "하지만 오늘은 새로운 항암 면역 치료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음 날은 전기차 배터리에 대해 얘기하니 지루할 틈이 없었다. 다양한 트렌드와 관련된 지식을 습득해 갈 수록 더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매끄러운 소통 위해 공부, 또 공부
최 통역사는 한 때 자기혐오에 빠진 적이 있었다. 직업 특성상 항상 글자를 보며 공부에 매진하는 자신을 보며 남들보다 부족하다는 생각이 밀려왔고 어느 순간 숨이 막히고 우울한 기분이 들어 힘들었다.6개월 정도 힘든 시간을 보낸 그가 내린 해결책은 '확실한 휴식'이다. 그는 "갑자기 우울감에 빠지니 아무것도 하기 싫었어요. 해결책은 '쉴 때는 확실하게 쉬자'였고 이제는 쉴 때 모든 걸 내려놓고 확실히 재충전을 합니다"라고 말했다.
최 통역사의 업무 철학은 '나는 결코 완벽하지 않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이다. 조금의 방심과 소홀함이 바로 실수로 연결되는 만큼 한시도 통역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최 통역사는 좋은 통역은 단순히 유창한 표현을 쓰는 게 다가 아니라 얼마나 정확한 메시지, 즉 논리가 살아있는 통역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영 두 언어를 쉴 새 없이 넘나드는 직업인 만큼 자신의 뒤를 따르는 후배들에게도 꾸준한 공부가 필수라고 조언한다.
최 통역사는 호기심이 많던 어린 시절 무언가를 평생 배우며 살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이 있었는데 그게 통역사라는 직업으로 실현될 줄은 몰랐다고 웃었다.
그는 "언어의 마법사가 되겠다는 포부가 이제는 매끄러운 소통을 도와주는 신뢰할 수 있는 통역사가 되겠다는 다짐으로 진화했다"며 "내 부족함을 알기에, 내 다짐을 실현시키기 위해 오늘도 난 결코 배신하지 않았던 내 노력을 믿습니다"라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