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는 한반도가 나아가야 할 길을 알아보기 위해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유럽연합(EU) 대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지난달 22일(한국시각) 머니S와 인터뷰하는 페르난데즈 대사. /사진=김태욱 기자

북한의 도발 수위가 연일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올 들어서만 탄도미사일을 40차례 발사하는 등 무력 시위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7일엔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까지 침투해 비행하는 일도 벌어졌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 속 주목받는 국가가 있다. 바로 이란이다. 이란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란핵합의(JCPOA) 타결 주역들이 대거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외교·안보팀에 포진했기 때문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취임 전부터 '이란식 해법'을 북한에 적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란은 지난 2015년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독일 등과 JCPOA를 체결했다. JCPOA 주요 내용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3.67% 이하로 유지하는 대신 국제사회가 경제 제재를 대폭 해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8년 5월 JCPOA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이란에 제재를 부여했다. 이후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JCPOA 복원을 위해 공 들이고 있으나 협상은 현재 이란 히잡 반정부 시위 등으로 교착상태에 빠졌다.

머니S는 위기 속 한반도가 나아가야 할 길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달 22일(한국시각) 서울 중구에 위치한 유럽연합(EU) 대표부에서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 대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머니S는 이후 추가로 서면 인터뷰(12월27일)를 진행해 한반도 평화 셈법에 대해 알아봤다.


페르난데즈 대사는 "JCPOA 모델은 한반도 비핵화에 도움될 것"이라면서도 "북한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는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은 도발을 멈추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며 북한에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JCPOA, 핵 비확산(Non-Proliferation) 도구"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유럽연합(EU) 대사는 머니S와 인터뷰를 통해 "이란핵합의(JCPOA)는 실용주의 외교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사진은 지난해 4월6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 JCPOA 당사국 관계자들이 모인 모습. /사진=로이터

- JCPOA 복원이 지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JCPOA 복원 협상이 사실상 '사망했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JCPOA는 중요한 (핵) 비확산 도구다. JCPOA는 제재 완화의 대가로 우라늄 농축을 제한한다. 아울러 핵시설 사찰을 용이하게 한다. JCPOA는 중동 역내 안정은 물론 북핵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 미국은 이란과 JCPOA 복원안 작성을 사실상 완료했음에도 JCPOA 복원을 망설이고 있다.

▶조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지난 8월8일 미국과 이란 양측에 중재안을 제시했다. 당시 중재안은 양측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한 '최선의 안'이었다. 그럼에도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JCPOA는 다시 복원돼야 한다. 보렐 고위대표는 이를 위해 양측(미국·이란)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 동시에 EU는 이란 당국의 폭력적 시위 진압을 강력 규탄한다. EU가 최근 대이란 제재의 칼을 빼든 이유다.

- 이란 히잡 반정부 시위와 JCPOA 복원은 서로 별개의 사안인가.

▶맞다. JCPOA 복원과 히잡 반정부 시위는 투트랙으로 진행된다. JCPOA는 이란의 핵 개발을 억제할 최고 수단이다. 실용주의 외교정책이기도 하다. JCPOA를 대체할 만한 외교적 해법이 있는가. JCPOA 복원은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예치된) 이란 동결자금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에도 중요하다. 지난 8월8일 보렐 대표의 중재안은 여전히 협상 테이블 위에 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지지"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유럽연합(EU) 대사는 머니S와 가진 인터뷰에서 "EU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2월28일(현지시각)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 앞서 대사는 JCPOA가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에 JCPOA 모델이 도움 된다고 생각하나.

▶JCPOA 모델은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될 것이다. 다만 이란과 북한의 핵을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북핵은 이란의 핵에 비해 고도화됐다. 북핵 문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접근법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 동시에 북한은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현재와 같은 무력시위는 북한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 대화의 장에서는 결국 비핵화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가 논의될 것이다. 북한이 대화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지난 2015년 JCPOA의 성공 스토리가 북한에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공동 행동 계획'인 JCPOA와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인 CVID는 본질적으로 상충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북한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다르다. 양국에 같은 잣대를 들이댈 수 없는 이유다. 이란과 서방은 과거 맺었던 합의를 복원시키는 과정인 반면 북한은 서방과 합의를 체결한 적이 없다.

- CVID가 실현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2019년 미국의 CVID 요구를 거절했다.

▶김 총비서의 CVID 요구 거절과 한반도 비핵화의 목표 설정은 별개다. 유럽은 CVID를 지지한다. 대북제재를 유지하면서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인도해야 한다. 지난 2015년 JCPOA 타결 과정은 많은 교훈을 남겼다. 가령 JCPOA는 미국과 이란 사이 EU의 '셔틀 외교', 즉 중재 역할을 조명했다. 다자외교의 힘을 보여준 셈이다. EU가 과거 북핵 위기 당시 한반도 에너지 개발기구(KEDO)에 참여한 것도 (다자외교의) 좋은 선례다.

- EU는 미국·이란 중재에는 적극적인 반면 미국·북한 중재에는 소극적이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적극 나서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EU는 공식적으로 미국·이란 중재 권한과 역할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북한 문제는 다르다. 우리는 과거 6자회담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물론 당사국의 요청이 있으면 더욱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다. EU는 '특별한 국가'인 한국을 도울 준비가 됐다.

"한국, 신재생 에너지 전환 가속해야"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유럽연합(EU) 대사는 "한국의 신재생 에너지 비중은 6%에 머물고 있다"며 "신재생 에너지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페르난데즈 대사가 지난달 22일(한국시각) 머니S와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김태욱 기자

- EU에게 한국이란 어떤 국가인가.

▶한국은 EU의 포괄·전략적 동반자다. 실제로 EU는 한국의 3대 교역 대상이자 최대 투자 주체다. 한국은 오늘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위기에 몰린 민주주의라는 소중한 가치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곳 주한 EU대표부는 지난 10여년 동안 규모가 두배로 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동안 EU 국가 3곳이 한국에 대사관을 개설했다. 이처럼 한국은 EU에게 중요하다. 앞으로 EU는 한국과 그린·디지털 변화를 함께 맞이하고자 한다. 한국은 그린 정책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 EU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45%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45% 달성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아니다. 스웨덴과 핀란드, 덴마크의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이미 80%를 넘었다. 스페인은 태양광으로 신재생 에너지 시대를 맞이했다. 러시아의 불법적인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는 신재생 에너지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신재생 에너지 비중은 6%에 불과하다.

- 유럽은 지난 2월24일 개전 이후 현재까지 러시아산 가스에 의존하는데.

▶러시아산 석유로부터 독립하지 않았나. 가스 독립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EU는 개전 이후 비교적 단기간에 탈러 행보에 돌입, 성공했다. 유가 상한제 등 가시적 성과가 이를 증명한다.

"핵심 원자재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다를 것"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유럽연합(EU) 대사는 머니S와 인터뷰를 통해 "핵심 원자재법에 차별적 조항이 담기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16일(현지시각)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서명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는 전기차 보조금 문제 등 독소조항이 포함됐다. 한국뿐 아니라 독일 등 EU 국가도 IRA의 피해를 보는데.

▶미국이 IRA를 마련한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동맹국에 대한 차별은 옳지 않다. IRA의 독소조항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 EU는 고위급 TF를 꾸려 미국과 IRA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 EU의 핵심 원자재법에도 독소조항이 담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제 규범에 따라 법안을 작성할 것'이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하겠다. 우리는 단계별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으나 차별적 조항은 담기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다행히 우크라이나는 영토를 수복하고 있다. 현재 빼앗긴 영토의 약 60%를 탈환한 것으로 안다. EU는 우크라이나에 총 30억유로(약 4조500억원)의 인도주의·군사·경제적 지원을 하는 등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소중하다.

-한국의 대폴란드 무기 수출이 사실상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라는 해석이 나온다.

▶답변할 수 없다. 확실한 점은 한국의 대우크라이나 지원은 특별하다는 것이다. 한국과 EU는 함께 민주주의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켜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