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뉴시스

미국 스타트업 전문은행 '실리콘밸리뱅크'(SVB)가 파산하면서 미국발 금융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SVB의 파산규모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두번째로 큰 데다 영국, 캐나다 등 세계 각국에 진출한 스타트업에 유동성을 공급한 만큼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다.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FDIC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SVB의 총자산은 2090억달러, 총예금은 1754억달러다. 주요 고객인 스타트업들의 예금이 줄어든 탓에 대부분 미 국채로 구성된 매도가능증권(AFS·만기 전 매도할 의도로 매수한 채권과 주식)을 어쩔 수 없이 매각, 18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봤다는 발표가 도화선이 됐다.

발표 직후 주가가 60% 이상 폭락하고 '빨리 자금을 빼라'는 벤처캐피털 회사들의 경고까지 나오면서 고객들의 예금 인출이 가속했다.


다만 금융권에선 일부 부실 은행이 정리되더라도 2008년처럼 시스템 위기로 전면 확산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관투자자 비중이 높은 SVB와 달리 대부분 시중은행은 개인 소비자 비중이 높아 뱅크런(대량 인출 사태) 우려가 적다는 이유다.

국내 증권업계는 SVB 파산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을 우려하는 동시에 시스템적 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한다. 국내 금융 기관들의 자금 운용 내 국채 비중이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미국과 비교했을 때 기준금리 인상폭이 낮기 때문이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SVB 사태는 미국 다른 주요 은행들에 비해 SVB 주요 고객이 실리콘밸리 내 IT 기업들에 집중돼 있는 점, 자금 운용 내 미국채 비중 확대에 따라 이자 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한 점 등 특수한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며 "시장 내에서도 은행업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신속한 대응도 시장 내 안도감을 확산시킬 것이라는 설명이다. 권 연구원은 "12일부터 추경호 부총리,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 등 주요 인사들이 관련 회의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며 " 레고랜드 사태 당시 당국의 지원 정책으로 불안감 해소를 경험했기 때문에 지난 2008년 위기와 같이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SVB 사태의 후폭풍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회색코뿔소, 즉 신용위기 우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쇄 은행 부도 가능성과 뱅크런, 벤처 및 스마트 기업의 자금난과 연쇄 도산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어 SVB 사태의 후폭풍이 우려된다"며 "실버게이트 등 가상화폐 관련 기업의 연쇄 도산 현실화도 신용위기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13일 코스피는 5.86포인트(0.24%) 오른 2400.45에 출발했다. 코스닥은 4.58포인트(0.58%) 내린 784.02에 출발했다. 원·달러 환율은 7.2원 내린 1317.0원에 개장했다.

앞서 SVB 사태로 국내 증시가 하락하고 환율이 오를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시장은 침착하게 반응하는 모양새다.

미국 정부가 지난 12일 SVB에 맡긴 돈을 보험 한도와 상관 없이 전액 보증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긍정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같은 시각 뉴욕 선물 시장에서도 S&P선물지수가 1.34%, 다우 선물지수가 0.98% 오르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