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정상에 오르며 야구 강국으로 불렸던 한국이 3회 연속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굴욕을 겪었다. 더 큰 문제는 에이스 역할을 대체할 선수들을 찾지 못한 것이다.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각)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B조 4차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22-2로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날 낮에 호주가 체코를 8-3으로 꺾는 바람에 한국은 중국전 승리에도 불구하고 8강에 오르지 못했다.
한국은 1회부터 경기를 주도했다. 예비 빅리거로 불리는 이정후의 적시타와 강백호의 안타 등으로 2점을 뽑아냈다.
중국은 1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차오지에가 2타점 적시타를 성공시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하지만 한국의 화력에 중국 투수들은 버티지 못했다. 한국은 2회부터 다시 리드를 잡았다. 3회에는 빅이닝을 만들어 8점을 추가했다.
한국은 4회와 5회에도 계속해서 득점에 성공했다. 최종 점수는 22-2로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2승 2패를 기록해 B조 3위를 기록했다. 1·2위는 일본(4승 무패)과 호주(3승 1패)다. 한국은 지난 2013년, 2017년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1라운드에서 탈락하며 체면을 구겼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세대교체 실패다.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 김광현과 타격기계 김현수는 지난 2008 베이징올림픽 당시 만 20세의 나이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김광현은 예선과 준결승에서 일본을 상대로 호투했고 김현수는 준결승 일본전에서 대타로 나와 안타를 쳤다. 한국의 올림픽 야구 종목 첫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다. 당시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멤버의 활약은 이듬해인 2009년 WBC 준우승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번 WBC에서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김광현은 2차전 일본전에 등판해 2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4실점으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김현수는 3경기에서 9타수 1안타를 기록해 타율 0.111로 부진했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1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두 선수는 대표팀 단골 멤버다. 여전히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30대 중반의 나이를 생각하면 세대교체가 절실하다.
이들의 나이를 고려하면 다음 국제대회에서 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김현수는 직접적으로 태극마크를 내려놓겠다고 언급했다. 김현수는 지난 13일 "저는 이제 끝났다"라며 "한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밝혔다.
김현수는 "나는 나이가 들었고 국제대회에서 두 번 연속 성적이 좋지 않았다"며 "내려올 때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이어 "젊은 선수들이 잘 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저보다 좋은 선수들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투수는 볼넷 남발·타자는 경험 부족… 세대교체 필요성↑
베테랑을 대신할 영건들의 활약은 미미했다. 투수는 제구력에 심한 문제가 있었고 타자는 경험 부족으로 인해 주루 플레이에 미숙한 모습을 보였다.
2001년생 소형준은 호주전에 구원 등판해 3분의1이닝 동안 1피안타 2실점으로 흔들렸다. 일본전에서는 곽빈(1999년생), 정철원(1999년생), 김윤식(2000년생), 구창모(1997년생), 이의리(2002년생)가 마운드에 올랐지만 모두 실점했다.
몸에 맞는 공과 볼넷 등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는 상황이 많았다. 이의리의 경우 볼넷을 3개나 내주면서 무너졌다. 타자들은 처음 보는 투수에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일본전에서 한국이 4점을 내는 동안 일본은 무려 13점을 뽑아 냈다.
한국은 이번 WBC를 통해 세계 야구와의 격차를 확인했다. 일본은 멀리 달아났고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호주와 체코 등의 전력은 올라왔다.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AG)과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등 국제 대회를 앞두고 있다. 이를 위해 만만의 준비의 변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