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임지연이 물오른 연기력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진은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 갤러리에서 진행된 한 명품 브랜드의 컬렉션 75주년 기념 포토월에 참석한 배우 임지연. /사진=뉴스1

뒷마당에서 나는 수상한 냄새로 인해 완전히 다른 삶을 살던 두 여자가 만나 벌어지는 서스펜스 스릴러 ENA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은 넷플릭스 시리즈 '더글로리'에서 박연진 역으로 날개를 단 배우 임지연의 차기작으로 방영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더 글로리'로 전성기를 맞이한 임지연의 차기작은 대중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중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기대반 우려반'으로 공개된 '마당이 있는 집'의 임지연의 연기력은 명불허전이었다.


지난 19일 첫 방송을 시작한 ENA 월화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극본 지아니, 연출 정지현)에서 임지연은 가정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탈출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추상은 역할을 맡아 매회 신들린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임지연이 맡은 추상은은 가난과 폭력에 시달리는 임산부로, '남들처럼' 살아 보기 위해 치열하게 살지만 쉽지 않은 기구한 인생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자신과는 정반대의 삶을 사는 여자 문주란(김태희 분)을 만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사진은 ENA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 에서 추상은 역할을 맡아 신들린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배우 임지연. /사진=임지연 인스타그램

'더 글로리'에서 학교폭력 가해자인 박연진 역으로 활약한 임지연이 그 때와 정반대의 상황에 처한 인물을 연기하게 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박연진과 추상은이 같은 배우가 맞냐"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임지연은 극과 극의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마당집' 2회서 상은(임지연 분)의 자장면 먹는 장면은 방송 이후 '남편 사망 정식'이라는 수식어로 회자되고 있다.

임지연의 먹방은 그동안 남편의 폭력과 공포 때문에 제대로 밥상을 차려 밥 먹은 적 없이 화장실에서 몰래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으며 끼니를 대신했던 캐릭터가 남편의 사망 이후 해방감을 느껴 죽은 남편의 동생이전화를 걸어와도 아랑곳 하지 않고 식사에만 집중하는 광기가 캐릭터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헝클어진 머리와 민낯에 가까운 메이크업은 물론 상습적인 폭행 피해로 인해 무기력함과 공허함을 느끼는 인물의 내면까지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는 임지연. 그런 임지연도 과거 연기력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사진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글로리'에서 박연진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임지연. /사진=넷플릭스 제공


임지연은 지난 2011년 영화 '재난영화'를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이후 영화 '인간중독', '간신', 드라마 '상류사회', '대박', '불어라 미풍아'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커리어를 쌓아왔다.데뷔 이래 임지연을 끈질기게 따라다녔던 것은 다름아닌 '연기력 논란'. 데뷔 초 '인간중독', '간신' 속 노출 연기로 연기보다 노출에 포커스가 맞춰지더니, 그 다음 이어진 것이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대박'에서는 사극에 어울리지 않는 발성과 부자연스러운 대사, 어색한 액션 등으로 큰 질타를 받았다. 2019년 개봉한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에서도 혹평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임지연은 오랜 기간이 지나지 않아 모두의 이견 없는 '믿보배'라는 수식어를 거머쥐었다. 데뷔 10년 만에 '더 글로리' 박연진으로 연기력 논란을 말끔히 씻어내고,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여자 조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낸 것. 임지연은 당시 수상 직후 떨리는 목소리로 "박연진은 저에게 도전이었고,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며 배우로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배우 임지연이 지난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코리아에서 열린 ENA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사진=뉴스1

임지연은 현재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에서 남편 김윤범(최재림 분)의 상습적인 폭력에 시달리며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탈출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추상은' 역을 맡아 파격 변신을 선보이며 호평을 받고 있다. 제작발표회를 통해 임지연은 "전작에서 가해자를 연기해 이번에 피해자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기 보다, 극본을 보고 '추상은'을 파보고 싶었다. 가만히 서있어도 상은이였으면 했다. 원작 소설을 읽고 반해서 '이건 내꺼다'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나에게 큰 도전이었고, 상은으로서 잘 살고 싶었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줄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며 "자극적인 스릴러물이라기 보다, 우리 드라마만의 묘한 분위기와 캐릭터의 케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감사하게도 전작으로 '새로운 발견'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더 새로운 발견의 임지연'이라는 얘기를 듣고 싶다"고 바란 임지연은
'마당집' 이후에도 쉴틈 없이 바쁜 행보를 보일 예정이다. 오는 8월 방영 예정인 SBS '국민사형투표'에서 박해진, 박성웅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열린 제58회 대종상영화제(이하 대종상)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배우 임지연. /사진=장동규 기자

'국민사형투표'는 악질범들을 대상으로 국민사형투표를 진행하고 사형을 집행하는 정체미상 개탈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 국민 참여 심판극이다. 임지연은 극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국 5년 차 경위 주현 역을 맡았다. 주현은 한때 사이버수사팀 에이스였지만 지금은 천덕꾸러기이자 욕받이 신세가 된 인물. 임지연은 사건 해결을 위해 몸 사리지 않고 달리는 '똘끼 충만' 주현 캐릭터를 맡았다.

뿐만 아니라 임지연은 사극 드라마 '옥씨부인전' 출연도 제안받고 검토 중이다. '옥씨부인전'은 조선시대 여자 노비의 치열한 생존기이자 성공기를 담은 작품으로, 이름과 신분, 심지어 남편도 모든 것이 가짜였던 여자의 진짜 이야기를 그린다. 임지연은 노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구덕이 역할을 제안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가며 이제 믿고보는 대세 배우로 거듭난 임지연의 다음 행보는 어떨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