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식 한국재생에너지산업발전협의회 사무총장. / 사진=이한듬 기자
정우식 한국재생에너지산업발전협의회 사무총장. / 사진=이한듬 기자

"재생에너지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탄소중립의 핵심 솔루션이자 글로벌 에너지 위기 속 에너지 안보의 핵심 자원이다."

정우식 한국재생에너지산업발전협의회 사무총장이 정의한 재생에너지의 가치다. 글로벌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환경규제가 점차 강화되고 RE100(재생에너지 100%)을 비롯한 새로운 규범이 자리 잡는 상황에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정 사무총장의 판단이다.

"현 정부서 재생에너지 정책 후퇴"

정 사무총장은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 한국태양에너지학회·한국태양광발전학회 부회장, 서울시 에너지정책위원, 경기 RE100 실행위원, 서울기술연구원 기술평가위원 등을 역임한 재생에너지 전문가다. 100여편의 기고문, 칼럼을 통해 대정부, 대언론에 태양광 산업과 재생에너지의 발전과 육성을 위한 홍보 활동을 지속해 왔다.


현 정부 들어서는 재생에너지 정책 기조 변화로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이 빠르게 축소되는 것을 비판하며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정 사무총장에 따르면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는 원전을 확대하는 반면 재생에너지 사업을 후퇴시키고 있다.

실제 지난해 1월 확정된 제10차 전기본은 2030년 기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전 정부가 수립한 30.2%에서 8.6%포인트 낮춘 21.6%로 설정했다. 국내 태양광 신규 설치 비중도 2020년 4.7기가와트(GW)에서 2022년 3.1GW로 축소됐으며 지난해엔 2GW로 더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지난해 전 세계에 설치된 신규 태양광 설비 용량은 413GW로(블룸버그 추산) 전년 240GW보다 크게 확대됐다.

정 사무총장은 "일반적인 원전 1기의 용량이 1GW이고 현재 전 세계에 가동 중인 원전은 412기"라며 "지난해 한 해에만 1959년부터 수십년에 걸쳐 개발돼온 전체 원전과 동일한 규모의 태양광이 설치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생에너지를 원래 계획보다 늘려도 시원치 않을 판에 UN 가입 국가 중 기존 계획보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10% 가까이 축소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세계는 태양광 빅뱅으로 달려가는데 한국만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산지가 많은 한국은 태양광 설치에 적합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국토의 63%가 산지이고 미국이나 중국, 호주 등에 비하면 면적이 작은 것은 맞지만 태양광 보급의 핵심 조건인 일사량 면에선 상위권에 속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태양광 확대에 공을 들이는 독일은 1년 평균 일사량이 1100~1150시간인 반면 한국은 1440~1450이다.

정 사무총장은 또한 태양광을 반드시 산이나 임야에 설치할 필요 없이 기존 주차장이나 건물 옥상 등을 활용하면 공간확보는 물론 다양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상 태양광이 400GW 보급해야 하는데 이 중 절반은 주차장이나 건물 옥상 등을 통해 확보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최근엔 고속도로 사면이나 철도 레일을 활용한 태양광도 있으며 창문형 태양광도 개발되고 있다. 정 사무총장은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면 단점을 극복할 방법은 무궁무진하다"고 선을 그었다.

정우식 한국재생에너지산업발전협의회 사무총장. / 사진=이한듬 기자
정우식 한국재생에너지산업발전협의회 사무총장. / 사진=이한듬 기자

"퇴행적 에너지 정책 전면 수정해야"

정 사무총장은 RE100 등 새로운 규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RE100은 기업이 소비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RE100 이행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 업계 '슈퍼 을'인 네덜란드 장비 업체 ASML은 고객 업체들에게도 RE100을 요구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전력이 거의 없는 한국에서 계속해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

정 사무총장은 "RE100이 자발적인 캠페인이긴 하지만 한국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실상 수출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이대로 가다간 수출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탄소중립 산업강국 RE100 코리아라는 비전을 수립하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사무총장은 퇴행적 에너지 정책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재생에너지가 다양한 사회 난제와 국가 현안을 해결하는데 핵심 솔루션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고령화로 인한 지방인구 소멸 문제가 대표적이다. 정 사무총장은 "지방 인구소멸을 막으려면 농촌 지역의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돼야 한다"며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하면 농사를 지으면서 전기를 생산에 남는 전력을 판매, 농가의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대안이 된다"고 설명했다.

전력 공급·수요 불균형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서울의 전력 자급률은 10.4%에 불과하다. 결국 다른 지역의 전기를 끌어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송배전 과정에서 전력손실도 많고 차등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다. 정 사무총장은 "주차장이나 건물 등 도심형 태양광을 설치해 전력을 '지산지소(지역에서 생산해 지역에서 소비)' 하게 되면 공급과 수요 불균형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에너지 민주주의'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에너지는 국가와 사회, 기업과 시민 등 모든 분야에 연관된 것"이라며 "재생에너지가 국가적으로는 기후위기 해결과 에너지 안보 확립, 지역 균형발전의 기회를 제공하고 기업에겐 새로운 먹거리를, 개인에게는 노후 기본소득을 주는 등 다양한 난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를 통한 민주주의 고도화와 구체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