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 사진=김은옥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 / 사진=김은옥 기자

SK그룹은 지정학적 위기 심화 등 대격변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기민하게 대응하며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에 나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느슨해진 거문고는 줄을 풀어내어 다시 팽팽하게 고쳐 매야 바른 음을 낼 수 있다"며 "모두가 '해현경장(解弦更張)'의 자세로 우리의 경영시스템을 점검하고 다듬어 나가자"고 주문했다.

지난해 10월 CEO 세미나에서는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에 맞춰 빠르고 확실하게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서든 데스(돌연사)'의 위험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에 SK그룹은 주요 시장에서 '글로벌 인프라'를 구축해 경쟁력과 시너지를 극대화해 나가고 있다.

최태원 회장, 전 세계 오가며 글로벌 경영 앞장

최 회장은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곳곳을 직접 뛰며 글로벌 경영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미국 실리콘밸리 중심지인 새너제이 소재 SK하이닉스 미주법인과 가우스랩스, 루나에너지 등 투자사를 잇따라 찾아 현장경영을 펼쳤다. SK하이닉스 미주법인에서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관련 사업 현황을 보고받고 "기존 사업구조 외에 시장 내 역학관계 변화부터 지정학에 이르는 다양한 요소까지 감안해 유연하게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가우스랩스와 루나에너지 사업장을 방문해 사업 현황과 시장 전망 등을 챙겼다. 가우스랩스는 SK가 2020년 설립한 첫 AI 연구개발 전문기업이다. 루나에너지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문기업으로 SK가 미국 현지 1위 주거용 태양광 설치기업 '선런'과 함께 공동 투자한 회사다.

미국 일정을 마무리한 최 회장은 곧바로 유럽으로 이동해 독일 도이치텔레콤, 네덜란드 ASML을 방문했다. 도이치텔레콤 팀 회트게스 회장을 만나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 등 글로벌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 동행,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기업인 ASML 본사를 찾았다.

올해 들어서도 글로벌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열린 CES를 방문해 "모든 영역에 인공지능(AI) 애플리케이션이 들어가면서 수준이 높아졌고 좋든 싫든 이제 AI 시대에 살기 시작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각 계열사가 제품에 AI를 적용하는 동시에 함께 역량을 모아 고객이 원하는 패키지를 제공하는 '원팀 솔루션'을 강조했다.


2월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 2024 현장을 찾아 "SK도 AI시대에 맞춰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많은 고객을 잘 확보하고 서비스해 줄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AI 컴퍼니·그린기업 전환 박차

SK그룹은 AI 시대를 맞아 준비해온 기술과 서비스를 올해 더 고도화한다. SK텔레콤을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AI 반도체, 멀티LLM(거대언어모델) 사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통신망과 AI를 접목하거나, 모빌리티·헬스케어·미디어 사업에도 AI를 접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그간 추진해 온 변화와 혁신을 기반으로 '글로벌 AI 컴퍼니'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초부터 AI 기술 고도화 및 서비스 강화, AI 얼라이언스 중심의 협력을 추진하는 'AI 피라미드 전략'을 기반으로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력 확대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 SK온, SKC 등을 중심으로 반도체 및 2차 전지 소재, 그린에너지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석유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탄소' 중심에서 '그린' 중심으로의 사업 전환 내용을 담은 '카본투그린' 전략을 발표하고 석유에서 전기차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소재 등으로 전폭적인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투자한 배터리 사업은 'SK온'을 물적분할한 후 2년 동안 매 분기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조만간 흑자 전환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는 평가다.

소재산업을 선도해온 SKC는 대내외 경영 여건 악화로 인한 수익 감소에도 비주력 사업 매각과 함께 ISC 인수, 실리콘 음극재 상업화, 반도체 글라스 기판 공장 건설 등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고 새로운 성장 기반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