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부동산 시장을 향해 강경한 메시지를 쏟아내면서 부동산 투기 세력과 전쟁을 선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 거래 불법행위를 전담 수사하는 이른바 '부동산 감독원' 신설을 추진하며 정책 보조를 맞추고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감시원(가칭) 설립을 추진하며 국토교통부의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을 부동산거래분석원으로 확대 개편했으나 개인정보와 재산권 침해 등 반대에 부딪혀 감시원 출범이 무산됐다. 시장에선 잇따른 부동산 규제에 거래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5일 김현정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김 의원은 이달 중 부동산감독원 설치법을 대표 발의한다. 부동산감독원은 국무조정실 산하에 설치돼 국토교통부·국세청·경찰청·금융당국 등 관계 부처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규모는 부처 파견 등을 포함해 100명 수준이다.
기존 국토부 등 관계부처에서 담당하던 부동산 불법행위의 수사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범부처 컨트롤 타워를 만드는 게 이번 법안의 발의 취지다. 법안에는 부동산 관련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권을 가진 부동산 특사경을 둘 방침이다.
최근 이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연일 부동산에 대한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만큼 관련 법안을 당에서도 뒷받침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시 3분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기요?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주거용이 아니면 그것도 안 하는 것이 이익일 겁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집도 안 보고 계약, 다주택 압박했더니 1주택자 갈아타기 꿈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SNS에 양도세 중과 추가 유예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힌 후 연일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직접 내고 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 발의 전에 법제실에서 검토받고 있다"며 "중대사건이 발생할 시 여러 법률을 위반하는 경우가 있어 국토부만 담당한다면 한계가 있는데 감독원 안에 협의체를 두고 감독원장이 조정과 감독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선공약,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 감독 추진단 준비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는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지난해 10월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며 부동산감독기구 설치를 주문한 바 있어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이 대통령은 2021년 7월 경기도지사 시절 당시 국회 토론회를 개최해 금융감독원에 준하는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를 제안한 바 있다. 현재 국무총리 소속 부동산 감독 추진단이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
추진단은 국무조정실·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금융위원회·국세청·경찰청 등 정부 부처 공무원과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에서 파견된 18명이다. 이들은 부동산 감독기구 설립을 위한 법령 제·개정, 조직 설계, 인력 및 예산 확보 등 실무 준비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추진단장인 김용수 국무2차장은 1966년생으로 지난해 7월 국무총리가 임명한 인물이다. 김용수 국무2차장은 "감독 추진단은 보다 긴밀하고 신속하게 부동산 불법행위에 대응하고 있다"며 "협의회는 격주마다 개최해 관계부처 간 논의 결과를 추진단이 조속히 이행하고 부동산 감독기구 설립 진행 상황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받아 집 사면 수사 대상… 주택거래 위축 우려
부동산감독원 설치의 걸림돌은 통제 권한이 거대한 '빅브라더' 논란이다. 부동산 시장 감시와 교란 행위를 조사·처벌하는 기구의 권한이 커질 것이란 우려다.정부의 '옥상옥' 부동산 규제에 주택 거래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정 금액 이상의 주택 거래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보면 특정 금액 이하의 주택 거래에도 영향을 주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선 부동산 거래에 한정해 조사하는 감독기구를 찾아보기 힘들다. 국토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2012년 설립된 NTS(국가거래기준국) 내 부동산 임대중개팀(NTSELAT)을 통해 부동산·임대 중개 관련 법률의 운영 및 감독 업무를 담당한다. NTS는 불법 거래자를 단속하지만 지식재산권 범죄, 대규모 마케팅 사기, 방문판매 범죄, 공정 거래 등 부동산 분야 외 부문도 다룬다.
일본은 국토교통성이 부동산 거래 절차를 감독하고 분쟁 해결을 지원한다. 소비자보호 목적의 '부동산적정거래추진기구'와 부동산중재기구(ADR) 있지만 불공정거래방지 연구와 교육을 맡아 수사 위주의 감독 전문 기구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감독원장의 직급과 조직의 위상, 영구성 등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정부 감독 강화에 따른 거래 위축 우려가 있어 반시장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운용의 묘'를 펼쳐야 한다"며 "부동산감독원의 운영 성과는 부여되는 기능과 권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