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서홍 GS리테일 대표가 회사 합류 이후 추진해 온 고객 중심 경영이 수치로 증명됐다. 매출 목표를 내려놓고 고객 만족에 집중했더니 오히려 매출이 오르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왔다. 당장의 매출보다 상품 경쟁력 강화라는 본질에 집중한 오너 경영인의 전략이 차별화된 성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S리테일 편의점 부문(GS25)은 2025년 매출 8조9396억원, 영업이익 186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3.9%, 3.5% 증가한 수치다. 허 대표가 2023년 11월 경영전략SU(서비스 유닛)장으로 합류하기 전인 2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은 8.4%, 영업이익은 7.3% 성장하며 외형과 내실을 모두 다졌다.
이번 실적은 고물가와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해 주요 유통 업태인 백화점 3사의 평균 매출증가율은 소비 심리 위축으로 1.2%대에 그쳤으며 대형마트 3사는 온라인 전환 가속화 여파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편의점 업계 매출증가율은 CU 3.2%, 세븐일레븐 0.8% 수준이다. GS25가 기록한 3.9%는 주요 오프라인 유통 채널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실패해도 좋다"… 데이터 기반 '기획 자율성' 보장
이 같은 성과는 허 대표가 강조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MD(상품기획자) 조직 권한 강화'가 주효했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기존의 소싱 관행이나 마진율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실패해도 좋고 기간이 오래 걸려도 좋으니 고객이 반복 구매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상품을 개발하라"고 주문했다. 이같은 오너 경영인의 지지는 실무진의 적극적인 시도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10개월간의 영수증 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획된 '얼박사'(얼음+박카스+사이다)다. 이 제품은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매출 130억원을 돌파하며 음료 카테고리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안성재 셰프와 협업한 '소비뇽 레몬블랑 하이볼'은 출시 4개월 만에 160만개 판매고를 올렸고, 서울우유 디저트 시리즈는 누적 600만개 판매를 달성하며 냉장 디저트 부문 상위 10위를 석권했다.
허 대표는 상품 완성도에 대한 관리도 엄격했다. 트렌드 주기가 짧은 편의점 업계에서 1년6개월이라는 이례적인 개발 기간을 거친 '오모리 김치찌개 라면', 출시 직후 고객 피드백을 반영해 레시피를 전면 수정한 '에드워드 리 도시락' 등은 허 대표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이러한 품질 중심 전략은 객단가 상승과 재구매율 증가로 이어지며 실적 개선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매장이 좁고 구매 결정이 몇분 안에 끝나는 편의점일수록 상품 자체가 가진 힘이 강력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은 단순히 트렌드만 좇은 얄팍한 제품인지, 깊이 있게 공들인 제품인지 즉각적으로 알아챈다"고 설명했다. 이어 "편의점이라고 해서 입지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본질에 집중할 때 비로소 재구매가 일어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은 임기 내 성과 압박 때문에 과감한 R&D 투자나 장기적 관점의 체질 개선을 시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허 대표는 오너십을 바탕으로 단기 손익보다 고객 경험에 집중했고 결과적으로 업계 최고 성장률이라는 성과로 연결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