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청구인의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이므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다."
지난해 4월 4일, 헌법재판소는 45년 만의 비상계엄 사태를 야기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파면을 결정했다. 그로부터 꼭 1년이 지났지만 그 결정이 던진 질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은 헌법이 단순히 종이 위의 글자가 아니라 살아 있는 권력을 통제할 수 있는 규범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증명한 사건이었다. 국민은 권력이 헌법의 한계를 넘어설 때 어떤 파국을 맞이하는지, 민주주의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고 복원되는지 볼 수 있었다. 당시 헌재는 결정문에서 법리적 위법성만을 따지는 데 그치지 않았다.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대화와 타협'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며, 서로를 타도 대상이 아닌 대등한 국정 동료로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면된 대통령뿐만 아니라 그 공백을 메워야 할 국회와 정치권 전체에 던진 무거운 숙제였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정치가 그 요구에 부응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먼저 국민의힘은 과거를 둘러싼 노선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내부 혼선을 이어가고 있다. 당 지지율은 연일 바닥을 치고 있는데도 이번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까지 '윤 어게인' 공방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런 모습은 국민의힘이 아직도 파면의 역사적 함의를 직시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연이은 특검과 국정조사를 밀어부치며 내란 청산 프레임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사법 3법' 등 다수 의석을 앞세운 입법 시도가 반복되면서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적 가치가 훼손됐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협치의 중요성을 강조한 헌재의 주문과는 거리가 멀다.
윤 전 대통령의 반성없는 태도 또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다수의 형사 재판이 진행중이지만 책임 인정이나 입장 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후에는 "우리의 싸움은 끝이 아니다"며 지지층을 선동하는 듯한 입장문도 냈다. 이런 전직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경은 답답하고 참담하다.
파면 1년의 의미는 과거 평가에 있지 않다. 헌법이 정한 한계를 넘어설 경우 책임이 따른다는 원칙을 정치가 실제로 구현하느냐에 있다. 어느 진영이 이기고 지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질적 진화다. 헌재의 결정이 무너진 헌법 질서를 바로잡은 '제도의 복원'이었다면, 이제 '정치의 복원'이 이뤄져야 한다. 정치가 헌법 가치를 외면하고 당파적 이해관계에만 매몰된다면, 민주주의의 성숙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