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수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승인 없이 채무보증을 진행하고 수백억원대 비용 낭비와 부실한 예산 집행을 반복해 온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원전 수출을 총괄하는 공기업이 조직 중복과 책임 회피 구조 속에서 방만 경영을 이어왔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10일 감사원 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해외사업 과정에서 자회사 채무보증 약정을 체결하면서도 이사회 심의·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약 144억원의 구상금이 회수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수원은 계약 관리 부실로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를 넘겨 권리를 상실했고 직원·가족 휴양시설 이용 비용을 교육훈련비로 처리하는 등 복리후생 예산도 부적절하게 집행했다. 이는 단순 실무 미흡 수준을 넘어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전수출 체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도 드러났다. 현재 원전수출 사업은 한국전력공사와 한수원이 국가별로 나눠 각각 추진하고 있는데 이 같은 이원화 구조가 조직·인력 중복과 책임 혼선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수원은 수출사업본부에만 567명의 인력을 운영 중이며 한전 역시 별도 원전수출 조직을 두고 있어 전략·계약·국제협력·홍보 기능이 중복 수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기업 간 주도권 경쟁 속에 행정력과 예산만 이중 투입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UAE 바라카 원전 사업 과정에서 한전과 한수원 간 책임 구조가 불명확해 추가 비용과 갈등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양 기관은 공기 연장 비용 등을 둘러싸고 국제중재 절차까지 진행 중이며 대응 비용만 수백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요금 관리 부실 문제도 감사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은 일부 발전소가 통합 전력계량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아 최근 3년간 약 203억원의 전기요금 절감 기회를 놓진 사실도 드러났다. 고리1호기 역시 전력 사용량 감소에도 계약전력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연간 약 13억7000만원의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산업통상자원부에 원전수출 이원화 체계 개선과 협업체계 재정비를 요구했으며 한수원에는 관련 업무 개선과 책임자 주의 조치를 통보했다.
일각에서는 "공기업 간 중복 조직과 책임 회피 구조가 결국 국민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공기업 운영 전반에 대한 구조 개편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