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성곡동의 '힐스테이트 시화호 라군인테라스 1차'. /박진영 기자

안산시가 대형 숙박시설 '힐스테이트 시화호 라군인테라스 1차'의 용도를 오피스텔로 전환을 허가하면서 턱없이 부족한 주차장을 충족한 것처럼 처리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오피스텔로 바꾸려면 주차장 737대를 더 만들어야 했지만 안산시는 이상한 계산법을 동원해 14대만 추가하면 된다고 허가를 내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행사는 주차장 설치 부담이 대폭 줄어 100억원 안팎의 공사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결국 안산시의 이상한 셈법으로 시행사만 100억원 안팎의 이득을 챙긴 셈이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안산시의 계산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책임은 허가권자인 안산시에 있다며 슬그머니 발을 뺐다.


◇ 737대가 14대로… '킬로그램에서 파운드 뺀' 계산

건물 용도를 바꿀 때는 바꾸기 전과 후를 비교해 주차장이 필요한 만큼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핵심은 전후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산시 주차장 조례에 따르면 이 단지가 오피스텔로 전환할 경우 전용면적(29만2243.46㎡)을 기준으로 최종 확보해야 하는 법정 필요 주차대수는 총 4358대에 달한다. 그러나 현재 이 건물에 실제 설치된 주차면수는 3621대에 불과해 주거 시설로 바꾸기에는 물리적으로 737대가 부족한 상태다.


그런데도 안산시는 단 14대만 추가하면 문제없다며 승인을 내줬다. 737대라는 주차장 부족을 단 14대로 갈음해 준 셈이다.

이 같은 결론이 가능했던 이유는 안산시가 도입한 '허수 산정 방식'에 있다.

안산시는 승인 과정에서 실제 설치된 주차면수(3621대)가 아닌 현재 기준상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이라면 마땅히 가졌어야 할 이론적 대수인 4161대를 변경 전 수치로 대입했다. 서류상으로만 '생숙 기준 4161대가 존재한다'고 가정한 뒤 안산시가 적용한 오피스텔 기준(4175대)과 비교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여기에 산정 면적의 이중성까지 더해졌다. 안산시는 변경 전 생숙을 계산할 때는 복도와 계단 등 공용 공간까지 포함한 넓은 면적(시설면적)을 기준으로 삼아 필요 대수를 높여 잡았지만 변경 후 오피스텔을 계산할 때는 공용 공간을 뺀 좁은 면적(전용면적)만 기준으로 삼아 필요 대수를 낮췄다. 마치 한쪽은 킬로그램(kg)으로 재고 다른 한쪽은 파운드(lb)로 잰 뒤 단위 변환도 없이 숫자만 빼버린 것과 같은 비대칭 계산법이다.

이같은 비대칭 허수 산식을 적용하면서 실제 추가 확보해야 할 737대의 주차장 가운데 723대가 면제됐다. 결국 시행사는 산식 하나로 100억원 안팎에 달하는 부지 확보와 공사 비용을 아끼게 된 셈이다.

◇ 국토부 "면적 기준 동일성 바람직" … 안산시 "문제없다" 반복

국토교통부는 공식 답변에서 "용도변경 전후의 주차대수 차이를 산정할 때는 면적 기준의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생활숙박시설과 오피스텔의 주차대수를 비교하면서 서로 다른 면적 기준을 적용한 안산시 계산 방식에 사실상 원칙적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다만 국토부는 "시행령에서 오피스텔의 경우 전용면적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면 해당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면서도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균형이 실제 주차 수요를 왜곡하거나 지역 주차난을 악화시키는지는 주차장 업무 권한을 가진 지방자치단체가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안산시 건축디자인과는 "법령과 시 조례에 따라 산정했으며 행정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취재진이 생활숙박시설은 공급면적, 오피스텔은 전용면적을 적용한 계산 방식의 법적 근거를 묻자 담당 부서는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대신 민간 설계자를 시청으로 불러 계산 방식과 설계 논리를 대신 설명하도록 했다.

결국 허가권자인 안산시가 직접 판단 근거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채 민간 측 설명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내부 검증 없이 시행사 측 산출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선 준공 후 용도변경' 확산 시 형평성 문제 우려

이번 안산시의 행정 처분 사례가 선례로 굳어지면 상당한 문제가 생긴다. 앞으로 어떤 사업자든 처음에는 주차장 규제가 느슨한 생활형숙박시설로 허가받아 건물을 짓고 준공 직후 안산시처럼 비대칭 계산법을 내세워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신청하면 주차장을 더 만들지 않고 사업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처음부터 오피스텔로 신축 허가를 받아 법정 주차대수를 확보한 인근 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자의적 법 해석 논란 속에 사실상 사라진 720여 대 규모의 주차 공간. 이미 준공된 해당 단지는 향후 성곡동 일대 주차난과 교통 혼잡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