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어머니에게 태어나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 Y교회에 맡겨진 현수(가명)는 교회 목사와 외할머니의 학대와 방임 속에 열두 해를 살다가 지난 6일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Y교회 입구 모습. /사진=조현호 기자


지난 6일 새벽 현수(가명)가 세상을 떠나기 전 현수의 아동학대를 의심한 신고는 모두 4건이 있었다. 이 중 2건은 현수 사망 3, 4일 전에 집중됐다. 경찰은 뒤늦게 움직였지만 현수를 살리지 못했다. 경찰이 놓친 건 이것만이 아니다. [시대] 취재 결과 현수 사망 두 달 전 3건의 보호조치 신고가 있었다. 모두 현수가 우리 사회에 보낸 SOS 구조 신호였다. 하지만 경찰은 이 또한 가볍게 넘겼다. 현수 사망 두 달 전부터 이어진 보호조치 3건과 아동학대 의심 2건 등 5건의 신고는 현수를 살릴 마지막 골든타임이었다. 이때마다 시민은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경찰은 방관했다.

"경찰 불러 주세요" 외면 당한 현수의 구조 요청

초등학교 5학년에 진학했어야 할 열두 살 현수(가명)는 올해 3월 학교를 그만뒀다. 외할머니가 낸 취학 면제 신청을 학교가 받아들이면서다. 현수는 그렇게 공공 영역 밖으로 밀려났다. 이후 그가 어떻게 지냈는지는 추적이 어렵다. 그러다 현수가 다시 공공 영역 안으로 들어온다. 시민의 신고를 통해서다.

올해 6월14일 오전 10시14분, 경찰 112상황실 전화벨이 울렸다. 충남 천안의 한 식당 관계자 A씨는 경찰에 "한 아이를 데리고 있다"고 신고했다. A씨는 [시대]에 "아이가 종종 보호자 없이 홀로 밥을 얻어먹으러 왔었다"며 "그날도 혼자 왔기에 부모님은 있는지, 어디 사는지 이것저것 물었는데 제대로 대답을 못해 걱정돼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신고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남성 2명이 현수를 데리러 왔다. 이들은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했지만, A씨는 거절했다. "경찰이 도착해 아이의 보호자임이 확인될 때까지 아이를 데려가지 말라고 했어요." A씨는 두 달 전 상황을 생생히 기억했다. 잠시 뒤 경찰이 도착했다. 경찰은 이미 아이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듯 보였다. 그리고는 별다른 조치 없이 남성들에게 아이를 맡겼다. A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보내도 되나 싶었다"고 말했다. 현수를 데려간 남성들은 Y교회 관계자로 추정된다.

정확히 2주 뒤인 6월28일 오후 8시15분, 경찰에 또 한 통의 신고가 접수됐다. 천안의 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던 시민의 신고였다. "어떤 아이가 주유소에서 저에게 경찰을 불러 달라고 하네요." 현수가 보낸 가장 직접적 구조 요청이었다. 당시 현장에 충돌한 경찰은 "평소 모르는 사람에게 구걸하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해 아이를 혼냈더니 밖으로 나간 것"이라는 외할머니의 말을 듣고 그대로 귀가 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3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 한 편의점 앞에 경찰차가 정차해 있다. 현수(가명)는 숨지기 나흘 전 이 편의점으로 들어갔고, 아동학대를 의심한 편의점 손님이 자신의 차에 태워 현수를 직접 경찰서로 데려갔다. 하지만 경찰은 별다른 조치 없이 현수를 돌려보냈다. /사진=조현호 기자


아동학대 의심하고 경찰서까지 직접 데려갔지만…

그렇게 두 번의 시민 신고에도 현수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시 한 달 뒤인 7월29일 새벽 5시31분 현수가 Y교회 바로 옆에 있는 E주유소 CCTV에 찍힌다. 무언가에 쫓기듯 뛰다시피 빠르게 걸으며 계속 뒤돌아보는 현수의 모습이…. ([천안 교회 학대아동 사망사건 추적①]편 참조) 현수가 Y교회에서 도망치려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시대]가 확인한 건 현수가 Y교회를 나온 지 3시간 30분 뒤 한 식당에서 현수를 데리고 있다는 보호조치 신고가 있었고, 현수는 다시 Y교회로 되돌아갔다는 사실뿐이다.



닷새 뒤인 8월2일 오전 6시쯤 현수는 Y교회 인근 편의점에 들어갔다. 현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 구김살 없는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은 못내 찜찜했다. 현수의 왼쪽 눈 밑에 푸른 멍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편의점을 찾은 손님이 현수를 보더니 자신의 차에 태워 천안서북경찰서 여성청소년계로 데려갔다. 현수를 보자마자 아동학대를 직감한 것이다.

서북경찰서는 시민도 알아본 아동학대를 별다른 조사 없이 종결 처리했다. 현수가 학대 가해자로 지목한 외할머니와 이미 주소지상 따로 사는 것으로 나와 추가 분리 조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천안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에게 동행 조사도 요청하지 않았다. 그냥 신고만 해도 됐을 텐데 직접 경찰서까지 데려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은 이 시민은 현수가 나흘 뒤 싸늘한 주검이 될 줄 상상이나 했을까.

현수를 살릴 마지막 기회는 바로 다음 날 찾아왔다. 8월3일 오후 2시20분 식당 관계자 B씨는 자신의 식당을 찾아온 현수를 인근 파출소로 데려갔다. 현수가 "회초리로 손바닥과 발바닥을 맞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신고한 것이다. 이틀 연속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자 드디어 경찰이 움직였다.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동행 조사를 요청했고, 외할머니에 대해 '100m 이내 접근금지'를 법원에 신청했다. 당시 경찰과 천안시 공무원은 현수를 아동보호시설로 바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적장애가 있는 현수를 바로 수용할 곳이 마땅치 않아 결국 다시 Y교회로 돌려보냈다.

천안시 관계자는 [시대]에 "(현수가) 일관되게 학대 가해자로 외할머니를 지목하고 목사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이를 분리했을 때 '분리 불안'을 느끼는 것 같다는 기록도 있었다"며 "목사가 학대 행위자로 사망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응급실 뺑뺑이'로 마지막까지 골든타임 놓쳐

Y교회로 돌아간 현수는 이틀 동안 묶여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8월5일 법원은 경찰이 신청한 외할머니의 접근금지를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외할머니에게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상담과 교육을 받으라고 명령했다. 마지막 희망이 꺾여서였을까, 그날 저녁 현수는 의식을 잃었다.

8월5일 저녁 8시57분, 현수는 구급차에 실려서야 Y교회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41.5도 고열에 동공 반응은 없었다. 현장에는 목사와 외할머니, 남성 1명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 중 누구도 현수의 이송을 돕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가 의식을 잃었는데도 놀라거나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어요." 당시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이 [시대]에 전한 얘기다. 현수의 양쪽 손목과 발목에는 장시간 결박당한 흔적과 멍 자국이 선명했다.

현수의 마지막 길도 순탄치 않았다. 구급대원들은 현수를 받아줄 병원을 수소문했지만 1시간 넘게 갈 곳을 찾지 못했다. 천안 순천향대병원, 천안 단국대병원, 아산 충무병원, 수원 성빈센트병원, 수원 아주대병원까지 연락을 돌렸지만, 전문의가 없거나 소아 중환자실에 병상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날 오후 10시30분 세종 충남대병원 응급실에 겨우 자리가 났다. 하지만 병원 도착 1시간 30여분 뒤인 6일 새벽 가늘게 내뱉던 현수의 호흡이 멈췄다. 현수는 다음 날 차가운 부검대 위에 올랐다. 부검 결과는 이달 말 나올 예정이다.

※[천안 교회 학대아동 사망사건 추적③]에서는 2020년 전 국민의 공분을 불러온 '정인이 사건'과 6년 뒤 발생한 '현수 사건'이 얼마나 유사한지 추적한다.